어쩌다 인생 썸네일형 리스트형 Beef or chicken?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의 일이다. "Beef or chicken?" 내 옆 자리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의 대화를 들으며, 외항사에선 늘 저 뻔한 것 중 골라야 하는 건가 생각하며 내 메뉴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Which one comes with the rice?" 승무원은 단박에 알아듣고 닭고기 메뉴를 그에게 건넨다. 어라,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기내식을 먹는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깨달음. 승무원은 쇠고기와 닭고기 중 뭘 먹겠느냐 물었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기준으로 되물었다. 밥 메뉴가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밥과 함께 나오는 것이 쇠고기냐 닭고기냐 묻는 건 그 다음 문제다. 상대가 묻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레임을 내밀 수 있는 태도와 준비. 아, 살아가는.. 더보기 만색유심조 萬色唯心造 "아니야 여보, 그 때 파란 하늘에 맑은 날들도 많았어. 우리 그래서 시내 구경도 다니고 그랜나에도 갔었잖아."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확 하고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출근해 정신이 없던 어느 날, 아내가 아이 둘을 데러고 스칸센 크로나에 갔던 그 날의 하늘도 청명하고 화사했다. 난 도대체 왜 지난 겨울이 온통 잿빛이었다 기억했던 걸까. 적어도 이 낯선 땅에 온 뒤로부터는 말이다. 강렬한 스트레스. 어쩌면 2017년 이후에 난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 져 왔고, 그 정점이었던 지난 1월 피난민의 심정으로 식솔들을 데리고 차가운 밤 공기에 발을 내딛었던 이 도시의 하늘은 내 기억 속에 아무렇게나 칠해져 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난 그 빛깔이 나의 마음과 같은 잿빛이었다고 멋대로 새겨넣었나보다. 萬色唯心造.. 더보기 무지개 같은 인생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딸에게서 배우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숫자가 전하는 마음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식구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궤도를 벗어난 혜성처럼 산다는 것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장바구니를 들고 오며 여행을 다녀올 때면 근사한 기념품을 찾아 다니겠지만, 오랜만에 집을 찾을 땐 간식꺼리만 가득하다. 서구의 새로운 먹거리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시절이 아닌데 이런 공산품을 잔뜩 짊어지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기 냄새 정말 좋다."라는 말에 해변을 걷던 발걸음이 무거워졌던 아버지의 마음과 비슷할 걸지도 모르겠다. 자식의 입에 무언가 맛난 것이 들어가고, 기분 좋아 재잘대는 그 모습 한 순간으로 보람을 느끼는 부모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먹어보고 괜찮았던 간식꺼리, 먹고 있던 것마저 챙겨넣는 그 마음은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나 하나를 위해 지구 반대편에 와서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이 삶 속에, 견고히 남아 있는 건 가족과의 유대 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것 투성이의 나날 속에, 내가.. 더보기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