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인생 썸네일형 리스트형 단상, 10월 24일 삶의 풍요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서 발견하는 걸지도 모른다. 채움에는 끝이 없지만, 비움은 나에게 무엇이 얼마나 있었는지 되새기게 하며, 바닥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겨있었음을 깨닫게 하고, 다시 채우게 되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밑바닥부터 뉘우치게 해 준다. 비우지 않고 채우는 데 매진하는 삶은 그래서 늘 쫓기고, 목마르고, 헤맨다. 『비움에서 배움이 난다』 만년필은 참으로 오래 쓸 수 있는 필기구이고, 비단 경제적 이유만이 아닌 문방사우로서 함께 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이 있는데, 간간히 그를 찾고 몇 자라도 끄적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거하게 만나 취하는 친구가 아니라 소소히 소식을 묻고 삶을 나누는 친구처럼 매일 얼굴을 마주하지만 짧게 짧게 안아주고 일상을 .. 더보기 구시대의 산물 대학 1학년, 미적분 과락 받아놓고 캘리포니아에서 철부지처럼 놀았던 그 때 나온 비주얼 베이직. https://zdnet.co.kr/view/?no=20231012093653 마이크로소프트, VB스크립트 폐기 발표마이크로소프트가 향후 윈도 운영체제(OS) 업데이트부터 비주얼베이직스크립트(VB스크립트)를 단계적으로 제거한다. 일단 기본탑재 대신 주문형 기능으로 전환한다.11일(현지시간...zdnet.co.kr 코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나와 달리 아버진 비주얼 베이직 4.0을 구매하셔서 공부하려 하셨다. 아마 당시 한창 관심 있으셨던 공장자동화와도 관련이 있었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늘 뭔가를 배우셨다. 환갑의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신 중국어로 일흔 언저리엔 중국 배낭여행을 몇 번 다녀오신 건, 그냥 언어.. 더보기 비행기를 타고 싶던 아이 어릴 땐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타고 싶어했다. 아버지께 들은 비행기 이야기는 그다지 많지도 기억나지도 않지만, 상상하던 바다 건너 세계로 오가는 그 비행기들을 하염없이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과천에 살아 가장 좋았던 점은 매일 같이 하늘을 가로지르던 비행기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돌아보니 정작 중요한 건, 어디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싶은가였다. 그 어린 시절엔 그걸 알 수 없지. 이제야 깨닫는다. 어디로든이 아니라,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디를 가보고 싶은지가 진짜 꿈이라는 걸. 꿈을 꿔 본 게 언제더라. 현실이 어쩌고 하는 말 없이 그냥 꿈 꿔 본 게 도대체 얼마나 되었더라. 어차피 오리무중인데, 조심하되 꿈꾸며 걸어도 되지 않을까. 오년 십년 이십년 걱정하느라 얼마.. 더보기 불혹을 되새기다 불혹은 나이 사십이 아니라 사십대의 기간이었다. 불혹은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아니라 흔들리는 삶 속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기를 쓰는, 불혹하려 애쓰는 시기였다. 불혹은 그러한 고뇌를 겪어 답을 얻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때가 아니라, 그 때부터 고뇌를 시작한다는 의미였다. 청소년기의 사춘기는 뭔지 몰라 겪는 방황이었다면, 불혹의 사춘기는 뭔가 알게 되면서 겪는 방황이었다. 그 모든 걸 미리 알았더라도, 불혹은 서릿발 같이 호통츠며 날 가르쳤을 것이다. 우리가 불혹에 대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냥 온 방향에서 당하며 배우는 시간이므로. 더보기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변하지 않는 인생의 조언 "Hello my friend"라며 접근하는 외국인은 속을 알 수 없다. 보이는 것 이면을 경계해야 한다. 나도 너에게 아버지랑 마찬가지다, 내가 니 어머니나 다름없잖니, 내가 니 장모다, 모두 다 그냥 하는 소리다. 문화적 인종은 차등 없는 차별을 해야 한다. 두 단어가 순환논리로 엮여 있지만. 더보기 가치의 비밀 가치란 시공간과 같아서 불변의 양이 아니다.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진짜 프리미엄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누구인가, 이전에 나는 어디에 있는가 질문이 선행해야 하고 그 ‘어디’엔 삶의 궤적에 대한 모든 차원을 담아 해석해야 한다. 더보기 Beef or chicken?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의 일이다. "Beef or chicken?" 내 옆 자리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의 대화를 들으며, 외항사에선 늘 저 뻔한 것 중 골라야 하는 건가 생각하며 내 메뉴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Which one comes with the rice?" 승무원은 단박에 알아듣고 닭고기 메뉴를 그에게 건넨다. 어라,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기내식을 먹는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깨달음. 승무원은 쇠고기와 닭고기 중 뭘 먹겠느냐 물었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기준으로 되물었다. 밥 메뉴가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밥과 함께 나오는 것이 쇠고기냐 닭고기냐 묻는 건 그 다음 문제다. 상대가 묻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레임을 내밀 수 있는 태도와 준비. 아, 살아가는.. 더보기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