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는 건 Google Map Location이 아니라, Google Photo란 생각이 든다.
어디에 있었느냐보다 중요한 건,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 때 우리의 감정은 어떠했는지
우린 얼마나 젊고 어렸는지
찬란하고 아름다웠는지
사랑스럽고 소중했는지
구글 포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얼마 전, 지나간 계절을 보여주고
일년의 순환, 십년의 순환을 통해 반복인듯 변하는 듯 천천히 쌓아올린 나의 삶을 돌아볼 시점에
작은 알림 하나만 띄워줄 뿐이다.
때론 그 알림이 얼마나 묵직하게 날 끌어당길지 알기에 눌러보기 두려울 때조차 있다.
어떤 삶을 일 년 간 살고 나면, 이제 '1년 전'의 기록에선 그 이전 세상의 내가 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조금 섭섭하고, 서글프고, 후회스러우며, 야속하기도 한 시간의 속도.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할 성적표를 받는 것처럼, 그 알림을 끝내 누르지 못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영영 사라지는 것들이 아님을 알면서.
그렇다고 그 순간들이 소중하지 않은 것도 아니면서.
손가락 끝에 닿아 터지는 비누방울 속엔 향기롭게 한 시절을 보여주는 판도라의 연기가 들어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나면, 다시 적막이 감싼다.
여긴 어디고 나는 왜 여기 있는지 다시 되새김질 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마치 귀환 일정이 없는 외행성계 탐사선에서 깨어난 우주인처럼,
쏟아지는 은하의 별빛이 창 밖을 수놓아도, 나는 고독하다.
모험을 통해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불혹의 가련함이여, 이를 어찌할꼬.
그대의 우주선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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