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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퇴근시각을 기다리는 건 죄가 아니다

아무개는 빈자의 철학에 관해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근로시간은 우리가 임금을 구걸하며 노동을 제공하는 시간이고,
퇴근은 이 관계에서 벗어나 소비의 주권을 쥔 고객이 되는 순간이라고.
면면을 나눠보자면 그른 말은 아니다.

삶이 늘 열정과 도전으로 충만해야 하고 실패는 대업을 위한 당연한 잔돈치레처럼 치부하는 소설책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근데 누구나 그런 식으로 살 필요는 없다.

적어도 삶의 열정기를 한 두번쯤 겪어본 이들에게, 숨통이 끊어지는 날까지 달리라고 말하는 건 가혹하다. 우린 돈의 노예뿐 아니라, 성공의 노예도 아니다. 꿈의 노예도 아니다. 성공 못하거나 계획한 꿈을 이루지 못하면 패배자 취급인가?

퇴근시각을 기다리는 마음은
나의 삶과 가족을 더 중히 여기는 마음일 수도 있고
지친 내 영육을 보살피고자 하는 돌봄의 마음이기도 하며
갇힌 건물 안 작은 공간 속의 나로 내 삶을 규정하고 싶지 않은 자유의지의 마음이기도 하다.

공부하고 일하고 놀고 벌고 쓰고 즐겨라!는 식으로 할일 같이 몰아붙이지 마라.
다들 제 페이스대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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