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아내전상서

아이들이 방학을 하며 일과에 더 지치는 사람이 생긴다.

아침에 자고 있던 당신 모습과 가득 씻어놓은 설거지 그릇들을 보면서
당신은 내게 집안일과 육아와 내조를 위해 모든 걸 바치겠노라 맹세하며 결혼한 것도 아닌데 참 열심히 매진한다, 감정과 체력을 깎아먹으며 고생이 많다 생각이 들었다.

제 때 일어나 내 몸 하나 다듬고 현관을 나서면 그만인 나와는 다르게, 당신의 육신과 정신은 온종일 당신만의 것인 순간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헌신을 당연시 하는 시대의 시선과 가족의 무심함은
자정까지 그릇을 씻고 빨래를 개고
철마다 돌아오는 짐정리의 무한 쳇바퀴의 육중한 무게를 위로하는 데 그다지 애를 쓰지 않는다.
일년에 하루의 생일보다 나머지 364일의 공감을 바라며
거창한 선물과 용돈보다 발을 주물러주며 나지막히 수고했어 고마워 건네는 말이 더 필요한 밤들

적막한 밤 식솔들이 깊이 잠든 시각에 홀로 깨어있는 것은 그래서 외롭고 허전할지도 모른다.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아이  (0) 2021.08.02
프로추어 정부  (0) 2021.07.24
더닝 크루거 효과  (0) 2021.07.19
법과 제도의 구멍이 직무 태만인 이유  (0) 2021.07.16
보이드를 찬양하며  (0) 202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