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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보이드를 찬양하며

흰 빛으로 가득 찬 도화지는 채울 곳이 많다.
그래서 끝까지 숨차게 무언가를 그려넣어야 한다.
큰 것들을, 많은 것들을.
빈 곳이 보이면 미완의 흔적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마지막 놀림까지 붓은 쉴 수가 없다.

검은 공간에서 시작하는 그림은 그래서 편안하다.
내가 집중할 것만 그리고 놓아줘도 된다.
나중에 생각나는 것을 아무때고 더 넣으면 그만이다.
허공은 그 자체로 태고의 미학을 지녔다.
어느 순간도 끝나 있고
어느 순간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비어있는 곳은 흠이 아니다.
원래 비어 시작하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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