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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독후감 짐가방 무게 초과될까봐 두고 간 두 권의 책. 아내가 읽던 세이노의 가르침, 아들이 읽던 설민석의 삼국지.짬짬이 읽어본 이 삼국지는 왜곡이 심하다. 삼국지를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 원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말미의 부록에서 밝힌 각색의 수준은 과연 이걸 삼국지라고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로 크고 작은 흐름을 시도 때도 없이 바꿔놨다. 행여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 쉬이 읽히고자 함이었다 치더라도, 생략이 아닌 변조가 수시로 난입하여 마음이 불편하다. 이걸 읽고 삼국지를 읽었노라 말하는 게 가당찮다 싶을 지경이다. 요약하자면, 1) 빠진 내용과 지어 끼워넣은 내용이 상당하다. 근데 그리 변조할 이유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머릿말에서도 해설에서도 그 사유를 밝히지 않아, 이 사람은 남의 '유명한' 소설을 본인.. 더보기
やはり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참으로 많이 나오는 단어, やはり. 대화 중, 또는 독백 속에 현실 자각이라든가 실망감, 헛된 기대에 낙담하는 투의 억양으로 쓰이기도 하고. 가끔은 기대한 일이 일어나 감격하는 어조로 쓰이기도 한다. 근데 이 단어가 그토록 많이 나오는 이유가 갑자기 떠올랐다. 일본은 지난 이삼십년의 정체기 속에 많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따위의 놀라운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그런 사회에선 언제나 '역시' 예상과도 같은 상황과 사건이 일어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やはり가 잦은 세상은 참으로 고단하고 서글프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럼 그렇지, 내 이럴 줄 알았어, 그건 희망 따윈 가져봐야 부질 없다는 넋두.. 더보기
금리가 내려가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심리는 불안을 대비하며 위축 기조에서 전향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라 자영업 소득의 회복은 기대보다 더딜 것이며, 한계 채무자들은 파산이나 경매로 생업 근간을 잃게 된다. 그럼 연결된 자금 경색된 생산자 공급망도 무너지고 도미노 현상으로 줄도산이 일어나며, 상업용 부동산들도 속수무책으로 붕괴되고 상업 부동산 PF 관련 업계가 망가진다. 그 업계가 함께 발담근 주거용 부동산 PF의 재정건전성이 위기에 처하고 자금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은 담보 부족으로 파산에 맞딱드린다. 정부는 회생절차를 질질 끌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세를 전환해보려 하겠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부동산 부채는 걷잡을 수 없게 파국을 맞이한다. 그럼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개별 기관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국가 신.. 더보기
친지 의전에 녹초가 되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대견해서 안쓰러운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양자역학이 소수 특징을 보이는 이유 리만제타함수 근의 분포확률식과 양자역학 에너지 차이 분포확률식이 같은 형태라는 건 당최 이해하지 못할 세계의 논제이긴 한데, 생각해보면 세상의 근본 입자들이 소수의 분포 특성을 가지는 건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서로 소수의 관계가 아닌 입자 특성 간엔 결국 중첩이 일어나고, 이는 단위 입자라는 정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유일성을 갖기 위해선 서로 소의 관계여야 하는 게 합리적 상황 아닐까? 마치 각 차원은 서로에 대해 직교(orthogonal)해야 하듯 말이다. 양자역학이란 본래 세상 만물을 확률 모델로 해석하는 수학적 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럼 그 모델 속에 존재하는 물리학적 단위 입자들의 특성이 수학의 소수(prime number)라는 개념과 유사한 면을 보이는 건 어찌보면 자명한 .. 더보기
카카오톡 친구 대청소 카카오톡 친구가 546명이다. 게 중엔 자동차보험 담당자라든가, 까마득한 옛 동료라든가, 출장 중에 연락처 주고 받은 협력업체 직원이라든가, 이름을 봐도 누군지 모르거나, 아예 누군지 이름이 이상하게 나오는 사람 - 아마 번호 바뀐 누군가의 흔적-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주말 사이에 100명을 지워보자. 그 다음 주중에 100명을 또 지우고 3월 내에 친구 수를 100명 이내로 만들어 보자. 미련 남은 물건 버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던데 의미 없는 연락처 역시 '인맥 네트워크 자산'으로 착각하면 안 되므로 청소가 필요하다. 살다가 다시 연락할 일이 만에 하나 생기면 그 땐 또 방법이 나오기 마련이고, 지난 경험에 비춰보건대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도 않는다. 내 생애 방식에선 더더욱. 만나서, 알고.. 더보기
어쩌면 세 번째 울어야 할 지도 나라가 망해서 결국 통곡을 해야 하는 날이 올까. 권력과 돈이 제 아무리 좋다한들, 나라가 이 꼴인데 이전투구에 골몰하여 끝없는 수렁으로 떨어져도 개의치 않는 저들. 십상시에 놀아난 영제 같던 시절을 몰아내고서도 나약한 나라가 여전히 외세에 흔들리더가 급기야 또다른 것들이 괴이한 시대를 열었다. 정신이 있는지 모를 사람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곁과 소시오패스로 자란 철딱서니의 어른 버전 따위에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는다. 무엇이 두려워서, 무엇이 탐나서, 무엇을 욕망하여 묵묵히 제 먹이에 다들 머리를 처박고 있다. K-pop이네 K-movie네 요란스러운데 망국의 조짐이 뒤덮던 때의 로마에선 온갖 예능이 절정을 이루었다. 선진국에 들어섰다며 고품격을 찾는데 망국의 끝자락에 들어서던 로마에선 사치스런 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