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은 듯한 사람
피카 시간.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루마니아 출신 여자가 있다. 대개 이런 부류들은 자신들이 이미 스웨덴인이라 여기겠지만, 행동거지를 보면 역시 이민자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동유럽에서 넘어온 근성 때문이랄까.
지난 번 언젠가 피카 때도 그러더니만, 오늘도 휴가 여행 이야기 하다 말고 뜬금없이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라고 물어온다. 아니라고 저번에 얘기한 것 같은데, 이건 의도적인가? 뭐가 됐든 주제넘는 질문 아닌가. 다음에 또 같은 질문 나오면 정색하고 되물어볼 것이다. 이미 답을 했음에도 이 질문을 세 번 째 끈질기게 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리고 너야말로 루마니아엔 언제 돌아갈 거냐고.
가만 보면 앞서 날 짜증나게 했던 인도인과 비슷한 유형이다. 말 많고, 실제 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나랑 같이 일하는 영역도 없어서 경쟁심을 가질 까닭도 없는데 날 언제고 사라질 떠돌이 취급하는 저 집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어이가 없다. 다시 보니, 삶의 지침에 관해서도 근거 없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데, 그건 대개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익은 벼는 오만할 수가 없다.
2. 중국이 모든 것의 원조라고 믿는 사람
피카 끝나고 중국인 하나와 일 얘길 잠깐 하고 있었는데, 중국인들끼리 모여 피카 연장전을 할 셈이었나보다. 최근 나를 뒤통수 치며 엿먹였던 중국여자가 다가왔다. 그리곤 내 중국 출장을 언급하며 중국어를 배워보란다. 관심도 없기에 정중히 거절했지만, 한다는 소리가 기가 막혔다.
"한국은 원래 중국어를 썼잖아."
"한글이라는 표기법이 없어서 중국 글자를 빌려 쓴 적이 있었고, 한자로 문장을 쓸 땐 한국어로서가 아닌 중국어로서 쓴 거다. 지금 우리가 영어로 이야기 하는 것처럼."
"하지만 한국어도 결국 중국어에서 갈라져 나온 언어잖아."
"너 언어 역사에 대해 공부를 좀 해라. 한국어는 우랄 알타이어 계통이고, 어순이나 뭘로나 중국어랑 계통이 달라. 아주 오래 전엔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중국어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얘긴 사실이 아니야."
그러나 그 새낀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 역시 그 새끼의 동의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누군가 동의해 줘야 사실이 진실로 인정받는 건 아니다. 더구나 근거 없는 확신에 갇힌 자를 상대로는 덧없는 시간 낭비다.
어족(language family)에 대해 교육을 받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때 잠시 외우고 말았던 그 정보가 수십년의 세월 후 먼 타지에서 비로소 지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쓸데없는 공부는 없구나.
<출처: https://namu.wiki/w/%EC%96%B4%EC%A1%B1%28%EC%96%B8%EC%96%B4%29#s-1.2>
눈을 감은 자가 무얼 볼 수 있겠느냐만.
몇 살까지 공산당 세뇌교육을 받다 건너왔는지 모르겠는데, 중화중심사상에 쩔어서 똥과 된장을 함께 처먹고 있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야지, 배운 적이 없어 모르는 게 분명한 언어계통 지식을 멋대로 믿고 주장하는 태도에 기가 질렸다. 멍청해서 고집부리는 이를 어찌 이기는가. 하지만 여기서 그냥 넘어가면 그건 나라에 대한 배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이야기 중이던 중국남자가 뭔가 끼어들려 하길래 제지하고 내 설명을 마저 했다. 그랬더니 중국남자가 제 나라 말로 뭔가 웅얼대며 웃는 것이다. 아, 내가 이제부터 그 족속에 대해 갖는 시선은 선입견이 아니라 경험이다. 하긴 우리 민족이 그 통찰을 얻기까지 몇 천년을 보냈겠나.
중화주의에 빠진 중국인과는 사석에서 말을 섞는 게 아니다. 중앙정부가 아니라 이미 인민들이 동북공정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한국어(특히 고구려어)는 현대 중국 지역의 다른 언어들과 계통을 달리한다는 사료가 여럿 있으므로 조금만 조사해 봐도 '한국어는 중국어 방언 아니냐' 같은 헛소린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다.
+ 추가로 늘어놓자면, 중국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역사보다 짧다. 아마 지구 상 웬간한 나라의 역사보다 짧을 듯.
중화인민공화국 (1949년 10월 1일 ~)
대한민국 (1948년 8월 15일 ~)
There are a lot of study, a lot of data, a lot of conclusion from reasoning.
This is called history.
Don't speak something decisively based on your belief or wish.
심란한 마음으로 늦은 퇴근을 하는데,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이민자 여자가 비키라고 외치고는 흘겨보며 지나가면서 제 나라 말로 구시렁댄다. 자전거 도로도 아니었는데. 하지만 냅다 달려가 걷어차기엔 좀 피곤했다.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가 없네. 무인도로 가서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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