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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비행중 단상

2014년 11월 2일 한국시각 오후 4시.
출발 후 다섯시간 경과.

우등고속 좌석만한 공간에 몸을 구겨넣고 웅크리고 있은 지 다섯시간이 흘렀다는 얘기다. 건조하고 시끄러운 공기를 견디는 것보다 더 생각만으로 피곤한 일은 지금까지 지난 시간보다 더 오래 이 공간에서 사지 마디나 꼼지락대며 머물러야한다는 것. 근래 비행기를 타면 이 공간의 폐쇄성에 무의식적 공포가 조금 스치기도 한다.

인간이 날틀을 이용해 공중을 날고 하늘을 날기 시작한 지 백년도 넘었지만, 대륙과 바다를 건너기 위한 여정은 아직도 낡은 극장의 퀘퀘한 모습에서 멀리 나아가진 못했다. 돈을 몇곱절 지불하면 좀 더 넓고 쾌적한 자리를 대접받겠지만, 그 금전적 격차로 많은 이들은 아직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비행기의 여객 환경은 여전히 최소한의 기대치를 갖고 대해야 하는 공간이다.

내 나라에서 동쪽을 날아간다는 것은, 원래 살던 세계보다 더 빠르게 해를 보내게 된다. 지구가 둥글고 날짜 변경선이란 걸 정해놨기에, 일단 하루를 더 버는 것 같지만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도착 시각이 출발지 이륙 시각보다 두어시간 이를 뿐이고, 어차피 돌아올 여정이라면 결국엔 보상해야 하는 시간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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