やはり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참으로 많이 나오는 단어, やはり.
대화 중, 또는 독백 속에 현실 자각이라든가 실망감, 헛된 기대에 낙담하는 투의 억양으로 쓰이기도 하고. 가끔은 기대한 일이 일어나 감격하는 어조로 쓰이기도 한다.

근데 이 단어가 그토록 많이 나오는 이유가 갑자기 떠올랐다. 일본은 지난 이삼십년의 정체기 속에 많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따위의 놀라운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그런 사회에선 언제나 '역시' 예상과도 같은 상황과 사건이 일어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やはり가 잦은 세상은 참으로 고단하고 서글프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럼 그렇지, 내 이럴 줄 알았어, 그건 희망 따윈 가져봐야 부질 없다는 넋두리이고 좌절이고 자기학대의 한숨에 가깝다. 소확행의 기치가 사회에 만연하던 일본에 뒤이어 한국에서 비슷한 풍조가 퍼져나갔고, 이는 휘게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북유럽 감성이라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결국 대단한 꿈도 성취도 기회도 바라지 못하는 자조의 역사가 시민들에게 각인시킨 묘빗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やは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