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아두면 좋을 것들

에어프랑스의 일관된 서비스 철학: 고객을 짜증나게 하라

생각해보니, 그들이 고객을 굳이 짜증나게 만들고 할 정도로 관심을 갖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애초에 무임승차한 사람들을 적선하듯 태워다 주는 걸 수도 있는데 말이다.

에어프랑스가 본토에서나 외국에서나 서비스 질 최악으로 꼽히는 이유를 몸소 절감할 수 있던 기회였다. 소문이 집단 지성이 되는 경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겪지 않고 회피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망각의 너그러움으로 그들을 기억하게 되기 전에 오늘 일어난 사건들을 바탕으로 기록을 남긴다.

 

1. 에어프랑스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는 시간이 하루에 두어번 있는데, 주식시장처럼 널뛰기 하는 가격이 반영되는 시점에 서버가 접속 제어를 못 하는 걸로 보인다. 먹통이 풀리고 나면 다른 가격이 나와서, 한창 검색하는 중에 황당해지곤 했다.

2. 예약 당시 3명 중 한 명은 위탁 수하물 없이 예약하려니, 두 명과 한 명으로 나누어 개별 예약이 필요했다. 근데 성인 한 명에 아이가 둘이라, 큰 아이는 청소년으로 예약. 결국 십여만원 가격 차이였지만 번거로웠다. 가장 덜 짜증나던 상황.

3. 일정 변경으로 두 예약 건을 각각 변경 신청하는데, 위탁 수하물 없는 좌석은 같은 이코노미였음에도 '변경 수수료'가 있고, 위탁 수하물 있는 좌석은 변경 수수료가 없었다. 결제 당시 fine print를 확인하지 못한 건가 스스로 반성하긴 했지만, 가격 차이가 위탁 수하물 여부에만 있지 않은 건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 변경/취소 수수료에도 차이를 갖는다는 점은 클래스가 다른 좌석이라는 뜻. 결국 티켓 차액을 정산하고 보니 두 사람 변경 비용보다 한 사람 변경 비용이 1.5배 더 커지고 말았다.

4. 온라인 체크인을 하려다 보니, 성인이 포함되지 않은 예약 건에서 문제 발생. 동반 보호자가 없어서 현장 체크인만 가능하단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보니, "어디서 예약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발권하시면 안 돼요."라고 지적을 한다. 에어프랑스 홈페이지에서 구입했다. 성인 포함된 예약 건은 분명 좌석 지정을 해놨는데, 그건 그것대로 좌석이 엉뚱한 곳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5. 항공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숨은 비용 장사질을 보편화 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나, 공항 체크인 시 일반 이코노미 이용객은 대면 카운터를 이용할 수 없다. 프리미엄 이코노민가, 하여간 그 위 클래스부터 얼굴 보고 체크인 해 주며, 설사 카운터가 비어 있더라도 이코노미 승객이 오면 셀프 체크인 카운터로 가서 직접 하라며 돌려보낸다.

6. 인천-파리 AF0267편 Boeing 777은 참으로 좁다. 선반도 좁다. 그리고 노선 특성 상 만석이다. 에어프랑스 잘못은 아니겠지만, 개선하지 않는 건 잘못이다. 자주 탈 노선은 아니다.

7. 아이가 한창 먹는 나이라, 남은 기내식을 받을 수 있는지 부탁했다. 한국인 통역 승무원은 "저는 통역 승무원이라 그런 권한이 없습니다. 프랑스인 승무원에게 직접 말하세요."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통역 승무원은 승객 요청을 외국인 승무원에게 전달하는 게 탑승 이유다. 본인의 업무를 잊었나본데, 어쩌다 정신이 나가 업무태만을 당당히 내뱉는 건가 싶다.

8. 프랑스인 승무원은 '아이 식사 혹시 더 줄 수 있느냐'는 말에 '먹어놓고 뭘 더 달라는 거냐'는 눈빛으로 내려다 보았다. 아, 프랑스식 사고방식은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근데 우리나라 사고방식은 이래요. 누가 옳은지 따질 필요는 없고, 정중한 부탁엔 그냥 대답이나 공손히 하세요 (댁의 나라에서 그런 걸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이로써, 에어프랑스 Air France Airlines는 믿고 거르는 항공사가 되었음.

 

 

별도로, 가뜩이나 악질 항공사 덕에 여러모로 피곤하고 불쾌한 여정이 되었는데 인천공항 직원들도 하나같이 무성의하고 기계적이며 퉁명스러워 하루를 망치는 데 일조했다. 일이 몰리면 피곤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애초에 그러한 직업임을 알면서 근무하면 '고객'에게 그런 불량스런 태도로 출입국 심사를 해선 안 되지. 경찰서에 체포되어 온 용의자는 '손님'이 아니지만, 공항 이용객들은 비용을 지불하는 '손님'이며 고객대응이 짜증난다면 그 일을 그만두시는 게 옳다. 빠른 시일 안에 자동화 시스템으로 그 자리가 대체되길 간절히 빈다. (아동 동반객들은 아직 자동입출국 시스템 사용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