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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아들 준비물

야밤에 쓸데없는 고퀄짓.



어쩌면 첫 직장의 모토 「Beyond expectation」의 영향도 있을지 모르겠다.

난 개발직군이 영어 못한다는 편견도 싫었고
개발자의 발표자료는 디자인이 구리다는 편견도 부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콘 하나라도 마음에 드는 걸 찾아 헤맸고
없으면 내가 도트맵을 직접 그려 넣어서라도 만들어냈으며
사전을 거듭 확인하며 제대로 된 문장의 이메일을 조리있게 쓰려 했고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 마스터는 내 마음에 들도록 직접 만들고 수정해서 썼다.
함수명과 변수명과 주석은 문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매 커밋 로그도 언제나 상용품의 릴리즈 노트처럼 대중을 감안해 작성했다.

「기대 그 이상을 위하여」는 사실 비루한 나의 겉모습으로 가려진 숨은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던 나의 지향점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그게 결국은 나를 움직이고 배우고 진일보 하게끔 만든 원동력이었을지도.

초등생 아들의 학교 모둠 발표에서 짧게 쓰일 소품일지언정, 혼신을 다하는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나를 통해 나가는 모든 결과물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쓸데없는 고퀄이란 애당초 없다. 신념을 갈아넣는 것은 각자의 가치관에 달린 일이므로.


오늘도 꾸지람 속에 속상해 잠든 아이가 내일 아침 기분이 조금 나아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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