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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귀향 2020년 9월 16일 비둘기가 다시 찾아왔다. 두 형제가 태어나 숨소리도 못 내고 쪽방살이 하다가, 어느날 남자주인의 거친 위협을 피하다가 동생은 떨어져 죽고 형만 남아 먼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지난 여름 이후 처음으로 구구 소리가 들려왔단다. 그래도 그립던 어린 시절 집터를 찾아와 본 걸까. 동생을 잃었던 아픈 기억을 더듬어 와봤을까. 엄마 아빠가 없던 사이 큰 일을 겪은 아이는, 아직 날지 못했던 형제에게 일어난 일을 말했더걸까. 다음 날 찾아온 부모는 난간에 앉아 왠지 항의하듯 울어댔었다. 그리고 며칠 뒤 사력을 다해 연습했을 형은 엄마 아빠를 따라 고향집을 떠나 날아갔다. 유해조수라며 이런저런 말이 많아도, 그들에게도 그런 추억 하나쯤 기억할 자리는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짧은 생에 아픈 순간.. 더보기
임대사업 종료 통보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우린 새를 키운다 맘 약한 집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일까. 약 3주 전 쯤, 에어컨 실외기 쪽에서 구구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냥 바깥 어딘가라고 생각했다. 화분을 잠시 내어놓으려고 잘 열지 않는 쪽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비둘기 두 마리가 엉금엉금 실외기 아래로 피신한다. 조금 뒤 다시 열어제꼈더니 혼비백산 해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실외기 안쪽 빈 공간 구석엔 녀석들이 꾸며놓은 이끼둥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약 보름 전 쯤, 화분을 들여놓으려고 창을 열었더니 한 녀석이 구석에 앉아있다가 허둥지둥 다시 숨는다. 그리고 녀석이 있던 자리엔 하얗고 검은 점이 드문드물 박힌 알 두 개가 놓여있었다. 조금 뒤 내다보니 이젠 좀 용기가 난 건지 익숙해진 건지 미동도 않고 눈을 굴리며 구석에서 조용히 우릴 바라본다. 이제 돌이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