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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귀향

2020년 9월 16일

비둘기가 다시 찾아왔다.
두 형제가 태어나 숨소리도 못 내고 쪽방살이 하다가, 어느날 남자주인의 거친 위협을 피하다가 동생은 떨어져 죽고 형만 남아 먼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지난 여름 이후 처음으로 구구 소리가 들려왔단다.
그래도 그립던 어린 시절 집터를 찾아와 본 걸까. 동생을 잃었던 아픈 기억을 더듬어 와봤을까. 엄마 아빠가 없던 사이 큰 일을 겪은 아이는, 아직 날지 못했던 형제에게 일어난 일을 말했더걸까. 다음 날 찾아온 부모는 난간에 앉아 왠지 항의하듯 울어댔었다. 그리고 며칠 뒤 사력을 다해 연습했을 형은 엄마 아빠를 따라 고향집을 떠나 날아갔다.

유해조수라며 이런저런 말이 많아도, 그들에게도 그런 추억 하나쯤 기억할 자리는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짧은 생에 아픈 순간을 남겨주어 미안하네...

어느새 완전한 어른으로 커버린 그 녀석이 우리집 에어컨 뒤켠에서 솜털부터 자라났던 그 형제 중 하나가 맞을까, 아내는 잘 모르겠더란다. 그리고 그에게 물 한 바가지를 떠다 끼얹어 쫒아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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