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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생

감정을 해치우려 하지 마세요

해묵은 감정을 쌓아두지 말라고들 한다.
그것이 마음을 좀먹고 우리의 행복을 해친다고 하면서.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옳고 그름을 떠나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바로 깨달음과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늘따라 뭔가 일이 안 풀리는 듯한 감정을 잠들기 전 지우고 새출발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무엇이 잘못 되어 그랬나 반추하고 내일의 각오를 다지는 방법도 있다. 그러지 않으면 울적함은 시간이 갈 수록 감정을 넘어 삶을 망칠 수도 있다.
나를 속상하게 한 누군가, 괘씸하거나 화나게 만든 누군가를 자비롭게 용서하고 잠자리에 드는 박애주의 방법도 있겠지만, 마땅한 이유 없이 나를 몰아붙이거나 이용해 먹는 사람을 내일부턴 경계하여 내 감정이 또 휩쓸리길 반복하지 않도록, 현실의 손실을 더이상 겪지 않게 날 보호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지 않으면 속상함은 단순한 인간관계 감정을 넘어 가스라이팅의 영역에 날 팔아넘길 수도 있다.

나의 감정을 찬찬히 뜯어보고 합리적 감정이 날 힘들게 했다면 정당한 대안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건 잊는 게 만사형통이라 보는 관점과는 지향점도 다르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나 자신을 보살피는 길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나의 감정은 거듭 오물에 더럽혀질 것이다. 그걸 매일 닦아내며 아무 고찰도 않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병을 얻는다. 마음도 그렇다. 감정이란 나의 마음이 짓는 표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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