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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생

바나나를 닮았다. 비둘기를 닮았다.

 


며칠에 한 번 교대하며 매달려 있는 너희들은 나를 닮았다.
매일매일 나날이 흐르면 햇살이 날 익어가게 해 줄 거라 묵묵히 믿고
어쩌면 주도적이지도 않은 어쩌면 게을러 보이기도 하는
그저 여름날을 기다리기만 하는 막연함이 나를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가 익어가듯 나도 익어갈 거라 믿는
아마도 분명히 틀림없이 너희들은 나를 닮았다.
아니, 내가 너희들을 닮았다.
 
 


내가 너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을까.
나는 올려다 보고 너는 내려다 본다. 다른 마음으로 다른 목적으로.
너는 그 곳에서 외로울 겨를도 없을까. 너는 네 뒤의 내 시선은 모른 채 삶에 바쁠까.
네겐 의미없을 저 너머의 하늘과 구름이 나는 더 크게 보인다.
우린 조금 닮았을까. 우린 같은 곳에 있을까. 너는 잠시 날개를 접고 쉬고, 나는 뜻모를 조바심에 쉬지 못한다.
날개짓과 함께 떠나는 네게 미처 묻지 못했다. 아니, 차마 묻지 못했다.
나는 너와 같은 풍경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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