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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생

단상, 10월 24일

삶의 풍요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서 발견하는 걸지도 모른다.
채움에는 끝이 없지만, 비움은 나에게 무엇이 얼마나 있었는지 되새기게 하며,
바닥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겨있었음을 깨닫게 하고,
다시 채우게 되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밑바닥부터 뉘우치게 해 준다.
비우지 않고 채우는 데 매진하는 삶은 그래서 늘 쫓기고, 목마르고, 헤맨다.

『비움에서 배움이 난다』

 


 
만년필은 참으로 오래 쓸 수 있는 필기구이고, 비단 경제적 이유만이 아닌 문방사우로서 함께 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이 있는데, 간간히 그를 찾고 몇 자라도 끄적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거하게 만나 취하는 친구가 아니라 소소히 소식을 묻고 삶을 나누는 친구처럼
매일 얼굴을 마주하지만 짧게 짧게 안아주고 일상을 궁금히 여기고 사랑한다 말을 해주는 가족처럼
그리 자주 불러주고 써줘야 만년필은 언제고 찾을 때마다 상쾌히 그 부드러운 선을 그려준다.
많은 끄적임도 필요 없다. "사랑한다"고 네 글자만 매일 적어주어도 충분하다.
나의 가족에게 그러한 것처럼.

『만년필을 사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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