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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 여긴 어디

여름이 겨울을 찾아오다

인생의 한겨울이 언제인지는 그 모든 길을 마칠 때에야 알 수 있늘 것이건만,
나는 적어도 쌀쌀한 나의 겨울 언저리에 길을 떠났다.
겨울에 시달려 더 춥고 긴 겨울의 나라로 낯선 얼굴들을 마주하러 변변찮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떠나는 일은 일견 어리석어 보였고, 나의 에고조차 코웃음쳤다.

어디든 겨울은 혹독하기 마련이고
그곳에도 여름은 찾아온다.
이 곳에 봄과 가을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지독히 자리한 겨울의 세월 속에 일년에 한 번 여름이 놀러오면, 마지못해 자릴 잠깐 비켜주는 겨울의 앞뒷자락에서 봄바람과 가을 햇살이 잠깐씩 나타나는 것 뿐일지도.

신분증을 만들러 세무서에 다녀오는 길.
나는 이 곳을 나의 터전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걸까.
이들의 일부가 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저 불편하지 않게 스르륵 머물다 떠나는 과정일 뿐일까.


그런 고민 없이, 내 위로 떨어지는 한 줌의 햇살은 온전히 너의 것이라.
나는 어린아이처럼 즐기리라.
겨울이 또다시 닥칠까 두려워 말자.
그것은 언제나 여기에 있는 것이니.
나 자신의 비웃음도 무시하자.
그는 여기에 와 본 적 없는 과거의 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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