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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두꺼비와 찰밥

호랑이와 토끼와 두꺼비가 길을 가고 있었다.

길 위에 찰밥 한 덩이가 떨어져 있었다.

배고팠던 호랑이와 토끼와 두꺼비는 서로 먹고 싶어했지만, 나눠먹기 너무 작아 고민이 되었다.

 

호랑이가 제안했다.

"제일 오래된 이야기의 주인공이 먹도록 하자!"

"좋아"

토끼와 두꺼비 모두 동의했다.

"너희 호랑이 담배 피우고 곰이 막걸리 거르던 시절이란 말 알지? 아주 오래 전을 가리키는 말의 원조가 바로 나라고."

호랑이가 먼저 운을 떼자, 토끼도 질세라 얼른 말을 받았다.

"나는 저 하늘의 달이 생길 때부터 떡방아를 찧었단 말씀이야. 얼마나 오래된 일인지 감이 와?"

두꺼비가 둘을 바라보더니 입을 뗐다.

"그 이야길 지은 사람의 엄마가 콩쥐거든. 콩쥐가 내 덕에 부엌떼기에서 벗어난 거 알지? 나 없었으면 너희가 담배 피우고 떡방아 찧는 얘긴 태어나지도 못했을걸."

 

안되겠다 싶었던 토끼가 다시 제안했다.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이 먹도록 하자!"

토끼는 미리 큼지막한 선수를 치려고 바로 이어 말을 꺼냈다.

"나는 말이지. 저 태양을 만들었어. 빛을 만든 셈이지. 어때?"

토끼가 거들먹거리며 찰밥을 집으려 하자, 호랑이가 가로막으며 말했다.

"니네 빅뱅이라고 들어봤어? 그거 내가 만든 거야. 시공간을 창조한 셈이라고."

호랑이가 의기양양하게 찰떡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은 두꺼비에게 물었다.

"도저히 안 되겠지? 찰밥은 포기하는 게 좋을걸."

두꺼비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예전에 우주를 만들었다가 조금 마음에 안 들어서 붕괴시키고 다시 만들었거든. 그 때 작은 폭발을 일으켰는데 나중에 보니 사람들이 그걸 빅뱅이라 부르는 거 같더라고. 니 말 들으니까 그 생각이 나네."

 

수세에 몰린 호랑이와 토끼가 잠깐 의논을 했다.

'우리가 잘 하는 건 둘 다 달리기잖아. 그쪽으로 해보는 게 어때?'

'좋아, 그렇게 하자.'

호랑이와 토끼는 두꺼비에게 다시 제안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겨뤄보자. 이건 이야길 지어내고 말고 할 게 아니라 엄연한 결과로 확인하는 거니까 우리 모두 수긍할 수 있어."

"그래 좋아."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인 두꺼비를 보며 호랑이와 토끼는 적잖이 놀랐다.

"대신, 광속으로 한시간 날아갔다 오는 경주 어때? 난 그 정도는 되어야 할 맛이 나는데."

호랑이와 토끼가 보기에 두꺼비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지만, 어차피 이 경주는 둘이서 겨루는 셈이므로 마다하지 않았다.

"셋에 함께 출발하는 거야. 광속으로 한 시간, 알겠지? 자, 하나, 둘, 셋!"

호령과 함께 호랑이와 토끼는 광속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두꺼비는 달려나간 그들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광속으로 이동하니 내 시점에서 저 둘은 멈추어 있겠군. 설사 광속에 조금 못 미친다 하더라도 아마 그들의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즈음엔 나도 찰밥도 더이상 없는 먼 미래겠지.'

두꺼비는 찰밥을 집어 입에 쏙 넣고는 가던 길로 유유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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