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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고객과 프로세스

기업 내 프로세스란 내부 프로세스를 일컫는다.

궁극적 혜택이 고객에 돌아간다 주장할지언정, 어쨌든 그 프로세스를 세우는 주체도 기업 내부 인원이고, 과정을 주도하는 일 역시 내부에서 이뤄진다.
이 과정에 많은 이해관계가 엮인다. 이해관계란, 인간의 일이다. 객관적이지 못하다기보다는... 기계적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면엔, 고객을 위한다는 비전을 천명한 기업도 속살을 파고들다 보면 '제 이윤창출'이 본질적 영업활동의 목적임을 까발리게 되는 면과 맥을 같이 한다. 이상할 것도, 역설적일 것도, 추악할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점잖은 기업 중 이를 면전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우리가 性에 대한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지 않는 것처럼, 일종의 '고객에 대한 예의'인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런 점 때문에 내부 임직원들은 좋든 싫든 맞딱드리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
고객의 요구로 무언가 내부 프로세스를 어겨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이 해명은 온전히 담당 업무를 수행하는 개인의 몫이 된다.
시스템은 완강하고, 뒷문은 굳게 잠겨 있으며, 문지기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 그걸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의 역할이니까.

만약 그 성에 불이 나서 숙박하던 고객이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그 원칙은 관료주의적으로 지켜져야 할까?
고객보다 더 나은 인사이트와 안전의식을 갖춘 기업에 대한 칭송을 들어보면 맞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고객은 어린아이 같은 존재이고, 이는 서비스 하는 기업이 어른스럽게 두루 돌봐주고 충고해 줘야 한다는 식이다.
비단 개별 인간 소비자가 아니라, B2B의 기업 고객조차 그들의 역량을 가늠해 보며 질적 리드를 해줘야 한다는 관점은 사실 매우 위험하다. 요즘 시대엔 자신의 자녀조차 이런 일방적 훈육을 하면 무모하다는 소릴 듣는다. 하물며 명색이나마 '왕'이라는 고객님께 그런 불손을 저지르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식의 대고객 사업 방식을 지지한다면 한 가지는 염두에 둬야 한다.
그 고객이 내일 당장 짐을 싸서 떠나고 다신 돌아오지 않더라도, 우리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냈으므로 그 누구도 탓하지 말아야 한다고.

 

실패한 일에 대해 내밀한 치부는 한쪽 상자에 넣어두고 반성할 거라면 그런 회고는 요식행위일 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치있는 시행착오를 독려한다는 건 '프로세스를 갖춘' 기업에게 요원한 일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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