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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존재에 관한 사색

점심 먹다가 몇 가지 떠오른 단상을 남긴다.

 

반성할 것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의 의미가 갑자기 와닿았다. 세상에 나 홀로 있다는 고독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나라는 뜻이었다.

 

물리학은 모든 현상과 논리의 필연성을 강조한다. 평행우주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 그건 내가 세상 모든 '삶'을 반드시 1차원의 시간 축에서 순차적으로 겪어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난 여기에도, 저기에도, 파동처럼, 입자처럼, 각각, 그러면서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 우주 안에서, 그리고 서로 다른 우주 간에서.

 

The Egg에서 환생하는 그 남자에게 (아마도 신이었을) '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은 그 무수한 삶을 살고 나서 우리와 같이 될 겁니다."

그러나 (어쩌면 의도적으로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당신은 그 무수한 삶의 '나'를 거치며 지금 당신 앞의 '나'와 같아질 겁니다. 그리고 나 역시 또다른 나'들'과 엮여 있지요."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존재가 되어 보는 것, 그럼으로써 비존재적 깨달음을 얻는 것이 이 모든 순환(정확히는 순환 사슬 형태의 환생이 아니라, 그물망처럼 엮여 있는 '지도' 같을 것이다)의 목적이며 의미다. 형이하학적 생의 길고 넓은 연결을 통해, 그물에서 천천히 걷어올려진 형이상학적 본질을 깨우치는 과정.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연인 이유이며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들은 나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미래이며, 이 글을 쓰는 나와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다른 모습의 같은 존재이다.

전생과 현생과 내세에 관한 환생의 이야기를 처음 가져온 이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분명 차원의 벽으로 격리된 이 세계 너머를 본 적이 있던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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