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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이념은 파쇼를 만든다

여성권의 신장에 대한 페미니즘은 단순한 방향으로 가늠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꽤나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그 점을 간과하는 듯 보인다. 단적인 예가 기업 인사철의 여성 임원승진율이다.

근데 생각해 보자.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써 미국에 흑백 인종간 평등이 찾아왔나? 권리의 균등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인식의 평등 없이는 불평등이라는 말단의 현상을 근본적으로 수술할 수 없다. 백인종들이 기득권을 제대로 내놓지도 않았지만, 민주적 방법으로 나누려 하는 민도의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오바마 정권 8년을 거치고도 미국은 여전히 불평등을 앓아야 하는 것이다.

남녀평등이란 사회적 균형과 편견을 바로잡고 구성원 전반이 합리적 합의에 도달해야 달성하는 마지막 단원의 제목이다. 따라서 평등이라는 그 기치만 바라보고, 승진 비율 수치만 들여다 보며, 무엇을 바로미터로 내세워야 불평등 상황이 강조될 것인가만 집착한다면 오로지 전투에만 매달리는 형국이 된다. 우리가 진정 희망하는 그림은 비뚤어진 의식을 고쳐 서로를 구별할 필요도 없이 평등한 운동장을 만드는 일 아닌가?

금남의 구역을 깨부수고 하나씩 깃발을 꽂아나가는 희열에만 집중하는 시각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세상은 기득권과 피수탈자 둘만 흑백진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그 안에 무수한 다양성이 존중받기를 기다린다. 2인자가 1인자의 목을 꺾고 이제 세상은 바뀌었노라 외칠 때, 또다른 누군가는 공포의 눈빛을 떠올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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