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프리즘의 내마음 보고서를 처음 받아본 건 2018년 봄날 곤지암리조트에서 참가했던 웰니스 프로그램에서였다.
단순한 심리검사인 줄 알았는데 프로그램에서 받아든 건 나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작은 책 한 권이었다. 표지는 소박했고 글은 수다스럽지 않았다. 그건 보고서가 아니라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 같았고, 글은 나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잘못된 걸 지적하고 교정하려는 것이 아닌, 내가 잘 모르고 함께 살아온 나를 소개하려는 것처럼.
이후 회사에서 책임 4년차 교육으로 인화원에 가서 한 번 더 내마음 보고서를 받았다. 이 때 것은 약간 약식이었다. 처음 받았던 것보단 조금 덜 감격적이었지만, 대량 서비스일 텐데도 상당히 개인화된 느낌에 다시 한번 흡족함을 느꼈다.
그리고 돌아와 얼마 뒤 아내에게 이 상품을 구매해 주었다. 아내는 재미있다는 반응 정도였는데, 아마도 난 2018년 첫 조우 때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여서 더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보고서의 전문성이나 학술적 정확도 따윈 모르겠지만, 점괘에서 받는 위로보다는 좀 더 과학적이랄까. 사실 혈액형별 성격 유형 논리처럼 내가 확증편향적 해석으로 수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뭔들 어떠랴. 내겐 시의적절한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니.
어느 날 서비스 종료 안내가 왔다. 그게 불과 일년 전이었나. 실제 종료는 2015년이라니 이미 내가 서비스를 이용했을 땐 사달이 한참 난 상황이었나보다. 비슷한 서비스가 또 있으려나, 내게 따스한 말을 건넸던 그 작가들과 심리상담가들은 그 목소릴 어디서 이어갈까, 괜한 오지랖으로 그들을 염려하고 응원한다. 따스한 마음은 올바른 곳에 다시 피어날 거라고 믿으며.
자기계발서가 넘치고 사다리를 부여잡고 오르는 데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이 시대에, 나를 돌아볼 기회를 준 마인드 프리즘의 내마음 보고서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사각사각 내 마음 속 책장에 꽂혀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 너무 걱정 말라는 응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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