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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생

다음이라 말할 땐 인생을 걸어라

'다음에'라는 말로 지금을 넘길 땐 명심해야 한다.
그 말의 무게는 인생의 무게와 같음을.

다음이 언제일까 고대하며 기다리던 유년기를 지나
지금만 지나면 오리라 여기며 다음을 담보잡던 청년기와
지금을 모면하려 다음을 약속하는 중년기를 지내면
희미한 희망으로 다음을 바라보는 장년에 이르러 무언가 느껴진다.
내가 말하던 그 다음은 도대체 어디 있던 걸까.
나는 내가 말하던 다음의 실체를 알고 그토록 헤펐던 걸까.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들 속엔 늘 '다음'이 있었다.
솜털 같이 가벼이 말한 내 '다음의 약속'을 믿고 바라보던 이들을 이제야 떠올린다.
그들의 기다림, 신뢰, 기대.
난 그 단어를 말할 때 인생의 무게를 걸었어야 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다음 생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오늘 또 뭔가를 '다음에'라는 말로 덮어 선반 위에 올려두었던가.
선반에 올릴 때 그 무게를 느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