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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금리 인하는 경기침체를 대비하지 못한다

한 때 일기예보는 늘 현재 진행 현황을 뒤따라 보도할 뿐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경제 흐름의 해석 역시 대부분 사후 약방문이며, 주로 해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수많은 요소가 작용하는 비선형 세상에 대한 모델링이 부족한 것이 이유일 텐데, 문제는 이 점을 경제학자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머신러닝이 숨겨진 매개변수를 추론해 경제 동향을 미리 짚어내더라도, 경제학자들은 그 결과가 도출된 과정을 여전히 장님 코끼리 만지듯 더듬어 발표하게 될 것이다.

 

기준 금리를 내려 경기 침체의 징조를 완화시키고 내수 경제와 무역 수지를 개선한다는 철칙이 지배하던 시절이 있던 듯 하다. 2014년 KDI의 문서를 보면, 비록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한결 같이 통용되는 그 논리를 교과서 공식처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엔 그럭저럭 맞았는지 모르겠을) 그 논리가 지금 통할 리가 없다는 건 문장마다 반론을 통해 입증할 수 있다. 나 같은 비전공자의 직관만으로도.

https://eiec.kdi.re.kr/material/clickView.do?click_yymm=201409&cidx=2229

 

경제를 위한 양날의 검, 기준금리 | click 경제교육 | KDI 경제정보센터

최근 들어 매월 초만 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경 가능성을 놓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관심이 뜨겁다. 금융시장이 발전하고 자본이동이 자유화되면서, 기준금리 변경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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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요목조목 짚어보자.


| 금리인하는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촉진, 원화환율 상승으로 수출 증대

물가상승 압력 증대, 부동산가격 급등, 가계부채 증가 우려

먼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는 곧 은행들이 한국은행에서 더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올 수 있게 된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그만큼 내리는 동시에 대출금리도 낮춤으로써 기업이나 가계는 더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가계는 이자가 낮아진 예금을 줄이거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나 소비를 더 많이 하고자 할 유인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싼 자금을 이용하여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부동산의 가격이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 여기엔 비약이 있는데,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담보대출인 경우라면 자산이 어느정도 갖춰진 사람들만 대상이므로 전국민의 제반 소비심리 및 활동이 상승한다고 가정할 수 없다. 실업율이나 자영업 폐업율이 높은 상황이면 신용대출액이 곧바로 늘기 어렵다. 그리고 아무리 저리라 한들, 대출을 받아 소비활동에 쓰는 사람이 있을까? 생계형 대출이 아니고선 대부분의 대출 부채는 레버리지 효과를 위한 투자에 사용된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마찬가지. 그럼 특정 투자 자산 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이지, 소위 내수 경기의 순환에서 소비의 연결고리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가치가 상승하길 기다리며 켜켜이 가라앉아 쌓이는 부동산 시장 자본이 그러하다. 이는 건설 등 특정 산업에 편향적으로 투기되며, 제반 국가 경제에 고루 원동력을 공급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그리고 기업 투자 역시 경기 전망이 좋아 CAPEX가 낙관적일 때 진행하는 것이지, 이자 싸다고 다짜고짜 냅다 땅 사고 건물 짓고 공장 돌리지 않는다. 성장가도의 쌍팔년도에나 이런 우상향 전제가 먹혔던 것일 뿐.

이와 함께 우리나라와 같이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금리가 낮아지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국가를 찾아 이동하면서 자본이 해외로 유출된다. 자본유출이 많아질수록 외환수요가 증대되고 그 결과 외환과 우리나라 원화의 교환비율인 원화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환율이 상승하면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이 낮아져 우리 수출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수입가격은 비싸져 수입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국제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유발된다. 수출증대는 우리 수출기업의 생산과 투자 증대는 물론 이들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상승시켜 경제전반에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 여기서 또 옛날 생각하는 사고 방식이 엿보인다. 금리 차로 인해 국내에 투자했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그 결과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오르는 건 사실이다. 근데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기준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건 매우 안이한 논리다. 가발 만들어 수출하던 시절엔 맞겠지만,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지금의 제조업 구조에선 PPI 영향 요인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수입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연결될 경우, 제조업의 국내 비용이 상승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사실 많은 국제 무역 거래에선 달러 기준 계약을 하기 때문에, 변동 가격 계약이 아닌 이상 환율 변화가 제품 판가를 좌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보단 고정 판가에 대한 업체의 수익률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같은 해외 매출이 원화 기준으로 더 큰 금액이 되고 이게 마치 업체의 실적이 크게 증가하는 것처럼 보여 국제수지가 개선된다고 주장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이건 그냥 착시 효과일 뿐이다. 본문의 언급처럼,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면 실효 이익도 없는 착시 속에 안 그래도 환율 덕에 오른 수입물가에 소득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까지 부채질 할 따름이다. 이런 상승장 버블을 경제 전반의 활력이라 믿는다면 할 말이 없다. 버블이야 사실 터지기 직전까진 모두가 부자 된 기분으로 한껏 달아오르는 파티이니까.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전반의 금리수준을 떨어뜨려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자산가격의 상승을 유도한다. 또한 원화환율을 상승시켜 수출을 증대시키게 된다. 이는 곧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기가 부진하거나 경제를 더 활성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의 인하를 검토하게 되는 것이다.

--> 결국 경기가 부진한 대내외적 사유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금리를 내려 버블 경제로 이 영향을 못 느끼게 잠시 진통제를 놓아주는 것이다. 적시의 고통은 건강한 극복을 돕지만, 진통에 집중하면 언젠가 종기 버블이 터지며 참혹한 결과를 맞는 것 외에 다른 결론이 있나?

그러나 금리인하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금리인하에 따른 경제활성화 효과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면 물가상승 압력이 증대된다. 만일 물가상승 정도가 지나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경제전반에 많은 어려움을 주게 된다. 돈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부동산가격의 급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금리인하로 인한 대출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미 가계가 너무 많은 부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이 더 늘어난다면 결국에는 가계파산이나 은행부실과 같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 지금이 이런 시기다. 경기 침체 원인은 국제 정세에도 있겠지만, 애초에 미루고 미루며 치료 않은 부동산 버블 때문 아닌가? 빚내서 자산 증식해야 정신머리 박힌 시민인 양 선동한 결과 아닌가? 한국인의 평균 소득이 크게 올랐다며 본질적 GDP 증가처럼 떠벌렸지만, 그건 숫자놀음이었다. 가처분 소득이 쪼그라든 국민들은 한창 부자 기분을 느끼게 해 준 부동산만 바라보며 누군가가 나보다 비싸게 사주길 서로 눈치보며 기다리고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라진 돈은 누군가가 꿀꺽 즐거이 삼킨 듯 한데, 이제 와 금리를 낮춰줄 테니 더 빚내서 '소비'나 '부동산 구입'에 더 쓰라는 말을 하고 있다. 더 강한 진통제를 줄 테니, 지금 통증을 잊고 또 파티를 즐기라는 얘기.


| 금리인상은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
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수입 증가, 물가는 안정돼

가계소비, 기업투자 위축,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감소

이제 이와는 반대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먼저 은행의 예금 및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이나 가계는 대출을 덜 받고 저축을 더하고자 하는 유인을 갖게 된다. 은행도 높아진 이자부담으로 대출자들이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할 것을 우려해 대출에 더 신중해지게 된다. 그 결과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제활동은 둔화되고 물가는 하락하게 된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준금리 인상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른 나라의 금리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우리나라 금리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은행에 예금하고자 하는 유인이 커진다. 이로 인해 해외 자본이 우리나라로 더 많이 유입되면서 원화가치가 상승하여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환율 하락은 수출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수입품 가격을 하락시켜 우리나라의 수출이 감소하는 반면 수입은 증가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다.

--> 엄밀히 말하자면, 환율이 내려갈 경우 국민들의 생활물가는 부담이 낮아져 다른 소비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여행을 간다든지, 가전을 구입한다든지. 하지만 이건 큰 빚을 진 사람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레버리지를 현명함으로 포장하여 각종 투기가 투자라는 탈을 쓰고 횡행하며, 빚 - 즉 남의 돈 -으로 내 자산을 늘렸다는 착각이 만연하게 되면 자신의 본질적 자산이 어느 수준인지 잊게 된다. 패가망신의 벼랑은 그 부근 가까이에 있다.

환율 하락은 여러모로 단점보단 장점이 많지만, 이를 우려하는 건 오로지 기업 뿐이다. 국가는 수출 물량이 많은 대기업을 보살펴야 하는 모종의 관계가 굳건하므로, 제반 국민의 실익에 반하더라도 이 쪽의 지원에 힘을 쏟는다. 기실 기업의 실적이 국가의 실적이자 실력인양 공표하던 시절이 그다지 까마득한 옛날도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환율의 오르내림은 기업의 실적 자체보단 영업이익률에 직격탄이 된다. 따라서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에 영향 받는 국민보다는 '수출 수익성'에 영향 받는 기업의 실효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국가는 재정정책을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 중견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하면 주주들이나 직원들의 소득이 증가하던가? 아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배당률이 극도로 낮고, 경영권과 무관한 주가 상승에 관심이 없으며(오히려 주가가 오르면 경영승계 상 세금부담이 늘어나 저평가를 되레 선호한다), 법인 유보금으로 남기는 쪽을 훨씬 선호한다. IPO라는 게 자금 조달이 목적이지 만인이 공유하는 회사를 만드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의 돈 받아 사업 확장하면서 돌려주는 건 인색하다는 점이 참 가관이다.

 

요는 이렇다.

금리인하는 경기침체를 대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경기침체가 금리인상 때문만으로 온 것이 아니기도 하고

설사 금리인상의 결정타였다 하더라도 침체 방향으로 선회하고 나면 그 이후의 생리는 인상 시기의 복합요인과 다른 매커니즘을 가지기 때문이다. (춥게 입어서 감기 걸렸다고 덥게 입으면 낫는 게 아니듯)

그걸 그렇게 되는 것인양 말하는 것이 무식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 알면서 저렇게 농단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면 더 무서운 일이다.

우릴 단단히 머저리로 생각하는 걸까. 계몽 안 된 우민이라 보는 걸까. 그냥 봐도 보이는 걸 못 볼 거라 믿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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