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피어나던 빛과 세월 속 영근 빛들이 한 순간 사그라졌다.
많은 이들의 나태함이 한데 엮이면 많은 이들의 피눌물이 고이는 참사가 일어난다.
여느 사고와 달리 참사는 분노할 힘마저 앗아가 주저앉힌다. 우린 몇날 몇년을 악몽에 시달린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너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무서운 이야기에 동참하게 되기에.
과거 이런 참사에선 나의 일상을 감사하란 훈시가 뒤따랐지만, 그건 작위적인 선동이었다. 누군가의 비극은 타산지석이 아닌 자산지석이며 곧 내 슬픔이었으니, 그 아찔함에 함께 울컥이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는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가장 짧은 해를 견디고 봄을 기다리며 싹을 준비하던 이들은 고작 사흘 뒤의 새 해를 보지 못하고 2024년에 머무르고 말았다. 억겁의 인연으로 만난 이들은 새해 덕담을 나눌 기회 없이 차가운 바람의 벌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함께 떠나버려 남은 이들의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함께 떠나가서 떠난 이들은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을까.
조금은 덜 무서웠기를. 조금은 덜 외로웠기를.
그대들의 여행은 끝내 집에 돌아오지 못했으나, 고향에 가까웠으니 부디 한 번 둘러보고 가시게.
끝나지 않는 여정으로 다시 먼 길 떠날 걸음이 쉽지 않겠으나, 기원컨대 고이 쉬시게. 편히 여독을 푸시게.
깊은 마음으로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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