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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생

Beef or chicken?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의 일이다.

 

"Beef or chicken?"

내 옆 자리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의 대화를 들으며, 외항사에선 늘 저 뻔한 것 중 골라야 하는 건가 생각하며 내 메뉴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Which one comes with the rice?"

승무원은 단박에 알아듣고 닭고기 메뉴를 그에게 건넨다. 어라,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기내식을 먹는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깨달음. 승무원은 쇠고기와 닭고기 중 뭘 먹겠느냐 물었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 기준으로 되물었다. 밥 메뉴가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밥과 함께 나오는 것이 쇠고기냐 닭고기냐 묻는 건 그 다음 문제다. 상대가 묻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레임을 내밀 수 있는 태도와 준비. 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통찰의 순간이다. 단 한 마디도 주고받지 않은 옆자리 중년의 사내에게서 큰 배움을 얻었다.

 

어쩌면 나의 살아온 잣대와 천양지차의 세계에 머무는 앞으로의 나날에 중요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해석과 주도하는 방법은 나의 '시각'과 '언어'여도 된다는 점.

문득, 전 직장 퇴사 전 한 분이 해주셨던 조언이 생각난다. "걔네가 다 옳은 건 아니야. 니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해도 돼."

 

나의 2막은 조금 달리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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