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좋았던 점은, 노멀 - 즉 정상이라거나 일반적이라는 잣대가 일상을 휘어잡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상이 아니라 일생일지도 모른다.
비교와 서열화를 통해 살아온 이에게
무중력의 공간 속 자기만의 위아래 좌우를 정하라는 것처럼
기성의 잣대가 사라진 심리의 공간은 자유와 방황을 함께 불러왔다.
그래서 가장 많이 던지고 홀로 받아야 했던 질문,
"난 잘 살고 있는가?"
서서히 그 질문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잘' 사는 인생이란 게 애초에 있었던가, 라는 의문 속에.
약 이년 전 요리에 대해 되뇌었던 넋두리처럼
모든 길은 나름의 길이고
모든 삶은 나름의 삶이다.
표준 모델을 배우고 좇아 달렸던 경주마 같은 삶을 수십년 간 살다가
어느 날 기준점 없이 펼쳐진 들판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좌표를 '올바른' 곳으로 스스로 알아서 나아가라 들으면 그 경주마는 어딜 향해야 하는가.
튼튼한 다리가 아닌 다른 것이 필요한 것이다.
비교로 나의 성취와 행복을 계측할 수 있던 세상을 벗어나자 혼란이 닥첬다.
새로운 무중력에 적응하는 데에 과연 얼마의 시간이, 세월이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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