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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 여긴 어디

누군가의 스웨덴

https://youtu.be/nnZWezvzSDs?si=0YALh3bzgGmG40rY


재미있었다.
다만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한국인은 정착 민족이라선가 집단으로 문화와 사상을 구별하고 피아식별을 하는 것에 익숙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대내외 소식에서 거론하는 단어, '이민자'라는 말은 문맥상 외부 유입 집단들을 우리가 어떤 색안경을 우선 끼고 바라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텃세의 지위가 기득 세력을 보장해 주는 뿌리깊은 관념이 민족의 혼에 흐르는 것일까.
그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에 공감하여 나 역시도 수시로 그 말을 쓰곤 했지만, 직접 하나의 숱한 '이민자'가 되어보고 나니 주류가 아닌 존재를 한데 묶어 싸잡아 논평하는 것이 얼마나 간편하게 위험하고 편향된 짓인지 몸소 깨닫는다.

가비와 다니엘은 순혈 스웨덴인이 아니다. 몇 대에 걸쳐 혼혈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가비는 중동권의 피가 섞인 듯도 보인다.
그런 그들에게 끊임없이 '이민자'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악영향에 대해 질문하고, 그들은 계속해서 '갱단'으로 고쳐 답하는 모습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민자가 문제라고 콕 짚어 답하지 않는 걸 암묵적 동의라 해석하는 것도 지극히 전근대적 발상이라 마음이 무겁다. 어쩌면 "사실 내 조상도 아랍권 이슬람교인들이었어"라는 말을 꺼냈다가 상대가 당황할까봐 배려한 머뭇거림이었을지도 모른다.
길가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사실 부모 따라 와 살고 있는 스웨덴인들일 텐데, 한눈에도 순혈 스웨덴 인종이 아닌 아이들에게 넌 어디서 왔느냐 굳이 물어서 '네 혈통을 밝히라' 했어야 할까.

서두의 설명처럼, 많은 이민자는 난민이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낮은 자세로 들어온 이들이다. 이들은 고향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거나 새 터전에서 번듯이 시작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기득권 틈새에서 살아가느라 고충이 깊을 그들을 잠재적 갱단으로 여기는 지구 반대편 여행자의 시선은, 스웨덴의 현실을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와 달리 강건너 불구경 흥밋거리로 삼는 것 이상 아무 의미가 없겠다. 그러하니 아프리카계 아이의 반응처럼, 네 민족 분단 걱정이나 하라는 핀잔을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