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의식은 지극히 내밀한 속살에 맞닿아 있다.
그래서 누구도 그것을 정중히 물을 수 없고, 누구도 그것을 솔직하게 답하기 어렵다.
묻는 순간 열등감을 의심하는 것이 되고, 수긍하는 답을 하는 순간 명백하게 열등해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말해라"를 돌아가며 요구하는 미국의 주요 인물들은,
지성이나 배려심 따위 없이 천박한 부자라는 조롱과 멸시를 오랫동안 받아온 결과,
자존감이 떨어지고, 존중받고 싶은 욕망이 눈까지 차올라, 충혈된 목소리로 한결 같이 부르짖는 것이다.
나한테 머리 숙이라고, 감사하라고, 존중하라고, 내가 지배자가 되었음을 인정하라고.
가정에서 따스히 품어주고 학교에서 잘 보살폈다면 성적은 낮을지언정 올바른 심성과 성실함을 갖춰 아름답게 살 수 있었을 아이가, 결국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겉돌고 떠돌다 저를 인정해 준다 믿는 깡패 세계에서 금수의 심장으로 피를 먹고 돌아와 가정과 학교와 고향을 짓밟으며 설욕하는 촌스런 권토중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그들은 감사충이 되어 기어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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