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 하라면서 "전과는 안 남겨 드릴께"라니, 동기부여가 되는가? 그냥 곁 사람더러 신고하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친구야, 내가 너 구하려고 신고했어. 전과자는 안 된다니 즉결심판 받아."
학생부엔 남을지도 모르겠다.
도박은 호르몬 중독으로 시작하여 본전 찾으려는 절박함으로 끝장을 보게 한다. 알콜이건 마약이건 그런 시작과 끝을 갖지 않던가? 중독의 단계라면 말로 해서 해결될 리 없다. 이번 행사 역시 목록을 확보하고 향후 지켜볼 요량 아닌가? 순순히 진행될 턱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도박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향정신성물질 중독은 나름의 반복 범행이나 체내 잔류량 따위로 평가할 지 모르겠지만, 도박은 자신이 실토하지 않는 한 강제로 밝힐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측면은 "모든 게임은 도박이다"라는 명제를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게임은 도박이다.
게임을 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을 생각해 보면, 그것이 가위바위보건 술래잡기건 딱지치기건 참외서리건 경마건 컴퓨터 게임이건 서바이벌 게임이건 다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러니 좋아함이 지나치건 그걸 해야 내 삶이 나아진다 믿건 반복하고 빠져들면 중독이다. 근데 이 모든 책임은 바로 우리 사회에 있다. 자본중독의 사회.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린 어리석은 얼마 전을 돌아보며 탄식할 것이다.
K-pop이네 K-game이네 국위선양의 탈을 쓴 자본탈취의 한 가운데에서 쉴새없이 뜯겨 먹히며 뭐가 내게 도움되었는지 가늠 못했던 그 어리석은 민도의 나날들을.
아이돌이란 단어와 K게임이란 단어 덕에 우린 한탄스런 우민화 시대로 참 많이 역행해 돌아간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우린 이렇게 중독의 올가미 속에 자본주의 게임 말로 사용되겠지.
근데 사회를 시궁창으로 만든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민중을 계몽해 도박 중독을 선도하겠다는 이 발상은, 더없이 안쓰럽고 한심하고 가증스럽다.
혹시 그냥 일하는 시늉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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