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을 감싸쥐며 전하고 싶었던 말은 어쩌면 나에게 해 주고픈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번쩍이는 스타처럼 살지 못한 건 능력이 부족해서도 용기가 모자라서도 게을러서도 아니라고.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가 소중히 여겨할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느꼈고,
그들에게 위험을 무릅쓰라 말할 용기는 접어둔 것이었고,
그래서 보이는 곳이건 보이지 않는 곳이건 늘 꾸준히 페달을 밟아온 것이었다고.
한탕의 로켓 같은 삶의 이면이 어떠할지 생각하는 사려깊은 마음이, 가슴 속 일어나려는 불꽃들을 잠재우며 깊은 밤 달래주었던 거라고.
이카루스의 철딱서니에 공감하지 않았고, 그래서 추락하는 새의 날개를 가여워할 겨를이 없었던 거라고.
우리가 고귀하지 않아 날아오르지 않았던 게 아니라고.
그러하니 긴 삶의 궤적을 훗날 돌아보면
성실하게 묵묵히 살아온 우리 같은 사람이 결국 행복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우리 같은 갑남을녀들의 꿈은 그곳에 있고, 그 희망으로 오늘도 그다지 번쩍이지 않는 우리의 나날을 조금씩 닦아 반짝거리게 애쓰는 거라고.
- 찬이 아빠에게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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