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더이상 날 수 없음을, 번식할 기회도 없음을, 종국엔 굶어서 죽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그리 만들었으므로.
연약한 날개 한 쪽을 지그시 누르지 않았다면 너의 삶은 달라졌겠지. 나에겐 별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너는 나아갔다. 어떤 마음일지 모르지만, 너는 포기하지 않더라.
그건 숙명이어서일까. 아니면 네 자유의지였을까. 너를 옮기는 그 다리들은 오늘의 무게를 감히 짐작조차 못했겠지만,
너는 나아갔다. 어디론가로.
어쩌면 네가 가고 싶던 그 곳은 너의 고향이었을까. 너는 떠나는 게 아니라 돌아가는 길이었을까.
내 손이 구석을 향하던 너의 긴 여정 앞을 탁 막아섰다.
긿을 잃은 너는, 날개를 잃은 너는 가만히 멈춰 서 한참을 있었다. 나는 도저히 널 건드릴 수 없었다.
너도 그런 생각을 한 걸까.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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