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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2030, 그 안타까운 개인화 세대를 바라보며

'비혼'은 선언을 위한 기치다. 그냥 결혼 안 하고 살면 되지만, 주위에서 들볶으니 '난 비혼주의자다'라고 선언해서 번거로움을 막는 일이므로.

희생을 멋있는 사회가치라 포장하는 것도 지나치지만, 이 세대가 공통적으로 일관되게 중시하는 가치 키워드를 살펴보면 인류의 고등 능력이 사라져 간다는 느낌이 든다. 먹는 것, 지금 즐기는 것에 보다 큰 가치 비중을 두고 교류하고 연결되는 형이상학적 가치를 낮춰잡는다면, 그건 인류의 특성을 지워가는 흐름이 아닐까.

이것도 순환의 계절일지 모르지. 하지만 사회 공동체의 겨울을 앞당기는 몇몇의 항변을 듣고 있으면, 그게 궤변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집단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개인의 효율과 효용성을 최우선으로 삼게 되면, 우린 공동체로서의 이익 모델을 버리고 각개 생존하는 시대를 지향하겠다는 말이 된다. 그들은 현재 그들의 위상과 전략을 그렇게 정당화 하지만, 그건 진짜 이유도 진짜 전략도 아니다. 우린 사안의 이면을 좀 더 더듬어 봐야 한다.

또 하나 드는 생각은, 이것도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론적 과정인가 싶기도 하다. 그들 스스로 가장 큰 영향 요인이 부모의 재력이라고 꼽는데, 그 장벽의 현실적 극복 가능성을 떠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모의 재력을 가장 큰 결정 요소로 꼽는 점에서, 태어나며 이미 결정되는 운명론적 현실 인식이란 느낌도 든다. 사실 이건 비단 한국만의 상황도 아니다. 유복한 집안일 수록 결혼도 이르고 아이도 많이 낳는 건 미국, 유럽의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사회적 경제적 성과, 즉 부모의 재력이 대물림되는 유전자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적자생존을 21세기 사회에서 이런 단면으로 목도하다니 기가 막히다. 어쩌면 청년들의 이런 현실 인식이 정확하고 명확한 사실에 근거하기에 아찔하다.

(미안한데, 성공의 정의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다. 중국, 일본, 미국이 저런 유토피아 사다리가 즐비한 곳이라 믿나? 일본 젊은이에게 이 표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네. 그들도 지금 한국 젊은이들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오늘의 무기력에 이르렀다고 들었는데.)

 

앞부분은 좀 쓸데없는 이야기들이고, 25:55부터 보면 이 사회 병폐가 어린 청년들의 날개를 얼마나 무참히 꺾어버리는지 느낄 수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오늘의 청년들이 비혼을, 1인 가구를, 현실 타협을, 꿈 대신 오늘의 삶을 선택하는 진짜 이유에 대한 이야기다. 그건 거칠어진 한국의 경제사정 따위가 아니라, 불평등이 고착화 되고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앞날이 캄캄한 대한민국의 내정 현실이 낳은 '결과' 중 하나라는 것. 우리가 잘 알고 있듯, 모든 병폐는 결과가 아닌 원인을 고쳐야 낫는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사회구조는 공동의 선, 공동체의 이익을 저버린지 오래인 말기 병증에 가깝다는 신호가 아닐까.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그들더러 평생 머물며 일개미로 헌신하라 종용하는 건 인권 유린에 가깝다. 우리 청년들은 그보다 더 대접받아야 한다.

https://youtu.be/Abs1ytzaJR8?si=J5XNPLJ_ChcB4Q63&t=1555

 

근데, 한국은 지금 정말 골든 타임이라는 걸 위정자들이 자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긴 이 모든 험악한 불평등을 조장한 게 위정자를 비롯한 무리들이니 자각 여부는 별 상관 없겠지. 노예들이 깨우쳐 일어나 항거하거나 달아나지 않기를 바랄 뿐일지도. 우리 청년들이 '현실자각'을 통해 낙담하고 주저앉기보단 대항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와 다른 공정한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충분히 똑똑하고 현명하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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