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의료의 민낯

지역 보건소에 해당하는 Närhälsan, 응급실에 해당하는 JourCentral, 3차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Hospital, 그리고 사설의원 Private clinic 이렇게 네 종류가 있다.


Private clinic은 오랜 대기 없이 진료받을 수 있으나 보험이 없다면 꽤나 비싸다고 들었다.

Hospital (sjukhus)은 규모가 큰데, 일반 외래 자체를 안 받는다. 무조건 예약 환자만 받고, 예약 없으면 응급실쪽으로 가라고 한다. 응급실에 가도, 간호사가 상황 문진 하고 의사에게 가서 진료 여부를 듣고 오는데, 예상할 수 있듯 웬간하면 의사 얼굴도 못 보고 돌아나와야 한다. 병력과 증상을 영어로 잘 전달하기 어려운 외국인 입장에선, 간호사 선에서 몇 마디 주고받은 뒤 그냥 '쫓겨나듯' 나오기 십상이다. 외부로 병변이 뚜렷하게 보이거나 누가봐도 응급처치가 필요한 외상 환자 정도라면 진료 받을 수도 있다.

JourCentral은 1177과 같은 응급전화로 호출하는 call center를 가리킨다. 말 그대로 응급/긴급 상황 전용이고, 실제 진료는 Närhälsan이나 Hospital에서 받게 되는 듯 하다. 야간, 주말 등 일반 의료 기관이 닫은 시간을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여기도 응급상황으로 보이지 않으면 대응해 주지 않을 것이다. (비응급 건으로 호출하면 비용 청구한다는 얘기가 있다)

Närhälsan은 지역별로 자리한 의료기관인데, 당연히 여기도 예약이 기본이지만 walk-in도 가능하긴 하다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문제는, 실컷 대기하고서도 간호사 선에서 퇴짜 맞을 가능성이 크다. 몸 내부의 감염 증상으로 안면 근육의 마비 느낌이 오는데, 눈으로 훑어 보고선 Hospital에 가라고 돌려보낸 적이 있다. 우리로선 이해하기 힘들지만, "This is not hospital"이라며 의료기관이라는 일반 명사를 스웨덴 의료체계 명칭으로 한정하며 듣는 외국인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Emergency center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보이는데, emergency는 제대로 대응하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너무 실망스런 곳이라 별로 설명하고 싶지도 않음)
Närhälsan은 Community health center로 해석이 되는데, 운영 시간을 보면 지역 보건소의 역할을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직장인들을 위한 친절일 리는 없다. 오히려 낮에 아프면 병원 가기 힘든 구조랄까.

BankID를 만들어야 Närhälsan에 거주 등록을 할 수 있는 점도 기가 막히다. 다만 오늘 접속해 보니 로그인 메뉴가 다 망가져 있어서 아예 등록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나마 멀쩡한 페이지들 둘러보다 보니, 스웨덴 공공 인프라의 또다른 민낯을 발견한다. Närhälsan이 최소한의 의료만 제공하는 보건소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보건소도 거의 무상 의료를 지원하는 데 반해 이 곳은 예약을 강권하면서도
1. 진료비를 받고
2. 예약 취소는 24시간 전까지
3. "No show"에 대해 진료비 전액 청구
4. 진료비 안 드는 건이라도 No show 시 100kr 징수
라는 전대미문의 의료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감히 단언컨대, 이 Närhälsan에 가면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아픈데 허탕치는 시간이든,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이건.

요람에서 무덤까지 순식간에 보내줄 수도 있고, 보살피되 거덜낼 수도 있고, 진료하되 기다리다 골든타임 놓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이 나라 스웨덴이다. 좋게 봐줄래야 봐 줄 수가 없다. 오죽하면 스웨덴 현지인들조차 병원 진료 받으려면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은 제스쳐를 하라"고 조언하겠나. 그들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다. 스웨덴 공공기관은 일 안 한다. 그리고 재정 아끼려는 정부가 이를 독려한다는 이야기가 낭설은 아닐 것이다.

https://www.narhalsan.se/en/health-centre/if-you-have-an-appointment/

If you have an appointment - Public_Narhal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