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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erpt

[그린레터] 혼자 있는 시간, 고독과 외로움

삶을 살면서 외로움과 마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어 외롭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지만 그럼에도 외롭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관계에 관심이 없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우리 모두는 외롭고 싶지 않습니다.
그 감정은 참 쓸쓸하고 비어버린 느낌이죠.

이런 외로움은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감정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낄 때, 가까운 사람과 감정이 공유되지 못한 채 혼자서만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외롭다'고 느낍니다.

불쑥 찾아온 외로움에 놀라서 여기저기 누군가를 찾아 헤매기도 하는데, 이는 외로움을 다루는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홀로 있는 시간은 자신의 내면을 깊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한데, 이런 경험을 계속 회피하면 누군가를 만나도 또 다른 외로움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극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대신 이를 통해 나를 좀 더 바라볼 수 있다면 외로움은 오히려 나에게 유익한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말입니다.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의 사전적 의미는 큰 차이가 없지만, 철학, 심리학 등에서 이 둘은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인 설리번(Harry Stack Sullivan)은 '관계로부터 격리된 부정적인 혼자됨'을 "외로움"으로,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됨'을 "고독"으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고독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먼저, 하루에 20~30분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소파에 누워 책을 읽으며 오후의 여유로움을 즐기거나
혼자 공원을 걸으며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주말 아침, 낯선 카페에서 홀로 커피를 즐겨보는 것이죠.

하루 10분 일기 쓰기나 물건 정리하기,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취미활동 등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를 통해 얻는 크고 작은 감정과 생각들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나를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단절의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과 함께 하는, 연결의 시간입니다.
올 가을, 나와 좀 더 가까워지는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그린레터 2021-11-04
* 원문 참고자료: 양철기 "외로움과 고독의 정신분석", 충청타임즈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