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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모른다고 말할 용기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가슴팍이 조여오는 통증이 왔다. 몇 주 전에도 잠자리에 들 즈음 그런 적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겁이 덜컥 났다. 이렇게 그냥 쓰러지면 가는 거 아닌가...?

이십대 후반이었나 삼십대 초반이었나, 지금과는 좀 다른 식으로 가슴이 뻐근하거나 어깨 즈음서 목을 타고 머리로 전기가 흐르듯 번쩍 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났었고, 어쩌다 간 병원에서 그 얘길 했더니 운동 하느냐며 운동부족을 지적해 주었다.
하지만 운동 부족인 사람들이 다 이런 증상을 겪는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 이유로 이후에도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변명은 아니다만), 그 의구심은 지금도 여전하다. 마치 그건 "잠 일찍 많이 자요?"라고 현대인에게 묻는 것과 진배 없다. 그러니 진짜 원인, 혹은 전개될 병증의 초기 신호를 다 놓치는 건 아닌가. 모든 진료의 시작은 문진이다. 환자는 살고 싶어하고, 그러니 열심히 설명하고 묻는 것이다.

모를 때 모른다고 말할 용기는 무얼 아는 지 확실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무얼 아는지 모르는데 어찌 모르는 게 뭔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