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21세기초 우크라이나, 20세기초 한민족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전,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부터 강대국들의 침탈과 배신을 겪어왔다.

그들이 강대국, 특히 러시아를 바라볼 시선은 한국인으로서 동일하진 않겠지만 충분히 짐작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길어지는 공방, 바닥나는 희망과 재정, 조여오는 침략국, 그리고 고상하게 굴던 우방국들의 미온적 태도 혹은 뒤집힌 태도.

개인은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하고, 소중한 이들과 것들을 지켜야 하고, 하지만 나라를 민족을 사라지게 놔 둘 수도 없고, 그들은 긴 시간 방황하고 고민하고 이율배반적인 매일을 견뎌내 왔을 것이다.

가장 큰 실망과 절망은, 화창한 날 악수하며 상호 도움을 약속하던 이들이 형편 이야기 하며 제 살 길을 우선할 때 느낀 살벌한 세상 이치 아닐까.

 

문득, 우리의 피식민지 시절에 한민족은 주위 국가와 세계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상상해 본다.

내부의 매국노들로 인해, 전쟁의 시기 없이 곧바로 식민지가 되어 버린 건 더 절망적이었을까. 아니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한이 더 컸을까. 우크라이나는 차라리 싸우고, 자원을 떼어준다는 서명을 직접 하기라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덜 서러울까.

우린 세계에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도 잘 몰랐고, 누가 우리를 지지해 줄 지도 몰랐고, 우리에게 무엇이 있어야 독립을 할 수 있는지 필살기를 알지 못했고, 맞서 싸울 기회 자체도 없이 강도떼가 안방을 차지하고 가족을 몰살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 때보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더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국가가 많고 연합체도 많은 현대엔 우크라이나의 작금이 더 기가 막히고 좌절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각 시대엔 그 때의 세계관에 비해 억울하고 소외되어 처참한 일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국가나 민족이 있기 마련일까. 마치 몸 어딘가는 언제나 약간 불편하고 아픈 구석이 있는 것처럼.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이 예쁜 사람이 좋아서  (0) 2025.03.11
재잘거림이 고요해지는 날  (0) 2025.03.09
의욕상실  (0) 2025.03.04
여행은 피곤해  (0) 2025.03.04
나의 아가들아  (0)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