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전,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부터 강대국들의 침탈과 배신을 겪어왔다.
그들이 강대국, 특히 러시아를 바라볼 시선은 한국인으로서 동일하진 않겠지만 충분히 짐작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길어지는 공방, 바닥나는 희망과 재정, 조여오는 침략국, 그리고 고상하게 굴던 우방국들의 미온적 태도 혹은 뒤집힌 태도.
개인은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하고, 소중한 이들과 것들을 지켜야 하고, 하지만 나라를 민족을 사라지게 놔 둘 수도 없고, 그들은 긴 시간 방황하고 고민하고 이율배반적인 매일을 견뎌내 왔을 것이다.
가장 큰 실망과 절망은, 화창한 날 악수하며 상호 도움을 약속하던 이들이 형편 이야기 하며 제 살 길을 우선할 때 느낀 살벌한 세상 이치 아닐까.
문득, 우리의 피식민지 시절에 한민족은 주위 국가와 세계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상상해 본다.
내부의 매국노들로 인해, 전쟁의 시기 없이 곧바로 식민지가 되어 버린 건 더 절망적이었을까. 아니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한이 더 컸을까. 우크라이나는 차라리 싸우고, 자원을 떼어준다는 서명을 직접 하기라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덜 서러울까.
우린 세계에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도 잘 몰랐고, 누가 우리를 지지해 줄 지도 몰랐고, 우리에게 무엇이 있어야 독립을 할 수 있는지 필살기를 알지 못했고, 맞서 싸울 기회 자체도 없이 강도떼가 안방을 차지하고 가족을 몰살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 때보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더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국가가 많고 연합체도 많은 현대엔 우크라이나의 작금이 더 기가 막히고 좌절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각 시대엔 그 때의 세계관에 비해 억울하고 소외되어 처참한 일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국가나 민족이 있기 마련일까. 마치 몸 어딘가는 언제나 약간 불편하고 아픈 구석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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