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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생

책상 끝 모서리에서 떨어지고 마는 것처럼

떨어질까 걱정하며 날아오르는 새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내내 떠올리는 삶처럼
돌아가는 날을 먹먹히 미리 담으며 시작한 휴가는 기어이 그 마지막을 맞고 만다.
알고 있어서 괴로웠던 순간들은 왜 약속을 미루지 않는가.

때론 운명인지 예측인지 계획인지 구별할 수 없는 진저리의 한 구석엔, 미루고 미룬 내 숙제가 켜켜이 쌓여있다.
미루는 마음엔 까닭이 있고
까닭이 있는 미룸은 그저 해치움의 태도로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나 자신이 원흉이라는 죄책감이 심장을 조여온다.

직관이 속삭인다. 이 길은 잘못 들어선 거야.
합리가 속삭인다. 그럼 어쩌겠다는 거야?
무의식이 대답한다. 가끔은 답도 없이 헤매다가 아무데나 주저앉는 날도 있다고.

맨질맨질한 책상 위 조그마한 무엇인가를 손가락으로 밀다가 끝자락 모서리에서 기어이 떨어지려 간들간들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