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066897
일론 머스크가 화성을 개척하는 걸 넘어 정복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그의 모험은 도전에 의미가 있는가 도망에 의미가 있는가?
잘해봤자 지금 지구보다도 척박할 그곳을 왜 우린 선망하는 목적지처럼 일컬어야 하는가? 난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아직 가망이 있는 목숨을 끊어버리고 다시 태어나겠다며 윤회를 재기의 열쇠로 믿는 철부지처럼, 지구를 포기하고 새로운 행성을 터전으로 삼는다는 구호는 아무리 돌아봐도 가능성이나 효용성보단 선동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근거가 빈약한 일상의 모험심은 치기라 부를 수 있겠지만, 천문학적 자본과 초절정의 기술력을 동원한다면 음모론마저 떠올리게 된다. 인류 전체가 사서 고생할 결심이 아니라면 별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영화 「인터스텔라」도 이와 마찬가지 맥락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지구는 지금 현실보다 좀 더 망가져 있긴 하지만, 수송능력도 한참 부족한 우주선으로 웜홀까지 동원해 가며 생판 모를 행성에 미래를 의탁한다는 발상은 당최 납득할 수 없다. 그것이 대체 지구를 회복시켜 다시 더불어 살아가는 것보다 무엇에서 이득이며 용이하며 바람직하다는 겐가. 그런 합리적 정당성에 대한 설명 없이 영화의 내래이션은 인류가 이미 모든 검토를 마치고 소박한 규모의 새살림을 차리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길이라 확정한 듯 이야길 시작한다. 과연 누구의 잘못으로 그런 참상에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짐작컨대 집에 불 내 살 곳 날려먹은 놈이 가장 먼저 도망갈 궁리를 실행에 옮긴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무책임한 야반도주를 인류의 장엄한 도전으로 포장하며 칭송하는 영화는 과연 죄의식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가. 「인터스텔라」의 서사는 시작 단추에 달려있는 큰 물음표를 제대로 답하지 않고 버려두었다. 어쩌다보니 우리 모두가 그 모양이 되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면서.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는 구호는 과연 우리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는가? 어쩌면 그건 우리네 삶에 많은 것들이 그러했듯, '심어진' 꿈일지도 모른다. 난 "지구는 남겨두고 꿈을 찾아 멀리 멀리 모험을 떠나세요."라는 광고 문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걸 바라는 사람들은 따로 있을 것이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는 제법 그럴싸한 문구이지만, 어디까지나 우리가 문제의 근원과 해법을 제대로 판단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맞는 말이다. 근데 인류가 그렇게 불편을 감수하며 현명히 처신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으며, 대개는 근시안의 이익을 우선하여 지구생태계 지속가능성을 등한시 해 그 모양이 된 게 아닌가? 그런 과오의 직후에 갑자기 정신머리가 번쩍 들어선 "우린 늘 그랬듯 답을 찾아낼 것이다"라 외치는 건 웃기려고 작정했거나 해리성 정체장애가 아니고선 설명이 어렵다. 아마도 고쳐쓴 문구는 이래야겠다.
'우린 또 그럴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구서 새는 바가지가 어디 가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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