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앞뒀을 때 가장 들뜬다.
마흔에 이르면 이제 기대 수명의 절반만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반이나 남았네, 는 사실 썩 도움되지 않는다. 가진 주식이 반토막 되거나 집값이 절반으로 떨어져도 그런 소리가 나오겠는가? 미안하지만 그건 덧없는 위로의 몸부림이다.
하지가 지나자 이젠 겨울을 향할 날만 남은 게 느껴진다. 하늘은 미드서머가 지나자마자 구름으로 뒤덮고 온종일 비를 뿌려댔다. 파티는 끝이라는 듯.
겨울은 기대보다 일찍 올 것이다. 추위는 예상보다 살벌할 것이다. 그리고 봄은 바램보다 늦게 오겠지. 그건 기대와 예상과 바램이 잘못 되어서일 수도 있다. 인생이 늘 그런 식이지 않던가? 우린 '이만하면 됐다'는 시점을 맞이한 적이 없고, 그건 우리가 욕심이 많아선지 섭리가 조급해선지 알 도리가 없다.
미드서머가 의미하는 건, 어쩌면,
이제 겨울을 준비할 시간이야.
여름은 만나기 전까지가 더 설레고 기분 좋은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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