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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 여긴 어디

스웨덴 외식 물가에 치를 떨며 민족의 정기를 되짚다

돌솥비빔밥이 210kr, 불고기나 닭갈비가 (얼마나 주는지 모르겠지만) 200kr, 김치는 (반찬접시 양이겠지) 50kr 하는 거 다 이해하겠는데, 참이슬 한 병을 235kr 받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무슨 소주를 한 병씩 비행기 태워 오는 게야? (235 SEK = 약 28000원)

저 가격은 예전부터 저랬으니, 한국 마트 가격 기준으로 20배 가격을 받아온 것이다 (지금 기준으로는 15배 정도). 내가 술을 잘 안 해서 망정이지, 달고 살던 사람들은 소주 때문에 엥겔 지수가 치솟을 듯.


사실 우리가 외식을 하는 이유는 집에서 해 먹기 귀찮거나 너무나 어려운 요리를 먹으려는 게 아니다. 외식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있고, 이는 굳이 단풍이나 벚꼿을 보러 멀리 나들이를 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그리고 이런 풍류의 감정을 이해하기에 한국의 외식 물가는 그래도 어느 정도 감내할 정도를 오래 유지해 온 것이다. 잘 사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민족적 다양성에 비해 모든 것이 과대하게 거품이 낀 스웨덴 사회에선, 대놓고 불만을 쏟아내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별 이야기가 없는 것이지 누구나 물가가 비싸다는 걸 인정한다. 마트 식재료는 싸다고 하는 소리가 있는데, 그건 한국에서도 재래시장 찾아다니고 온라인 주문 해서 다 해먹으면 마찬가지다. 동물로서의 일상의 즐거움이 박탈되는 마당에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매일을 인고하고 금욕주의자처럼 살아야 한단 말인가.

아, 아마도 이건 식도락 문화 이전에 음식이라는 문명에 대해 세계 최고의 진심을 자랑하는 한민족에게만 해당하는 관념일지도 모른다. 와 보면 안다. 우리의 조상들은 상황과 여건에 굴하지 않고 어쩌면 그리도 언제나 창의적으로 수많은 식문화 요소를 만들어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면으로 조상들을 공경하고 민족적 자부심이 생겨날 거란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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