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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erpt

외국에 살면 현실을 잊는 걸까

https://omn.kr/25h4o

프랑스에서는 볼 수 없는, '선진국 한국'의 섬뜩한 광고

3년 만에 방문한 한국... 이 사회는 '전체주의'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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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만큼 후진 도시를 못 봤는데, 글쓴이는 완전히 도취되어 고국의 현실을 망각한 듯 하다. 본인이야 프랑스인이 좋아 아이 낳고 사는 모양이나, 모두가 그리 팔자 편하긴 어렵다. 그 점은 알아야 국제인이랄 수 있지.

감옥서 일하는 이들에게 웃음과 여유의 마음을 가지길 조언하는 건 순진함이거나 오만함이다. 착취에 가까운 급여로 꿈과 미래를 저당잡혀 사는 한국의 젊음들을 무미건조한 AI 같다며 기계적 관성으로 사는 듯 폄하하는 그대는 근대 프랑스인이 된 양 한 국가를 싸잡아 낮잡는 걸까? 정녕 마음이 떠나 한국이 같잖게 보인다면, 시선을 돌려 지린내 나는 파리의 길거리부터 따지고 논할 일이다.

유기농 사과를 들어 물가 비싼 이상한 나라 취급하며 투덜대는 기준은, 북유럽을 통으로 후진국 몰이 할 요량인가? 왜 한국의 물가가 프랑스보다 비싸면 안 되는 거지? 감히 한국 주제에 크로아상 원조보다 비싸서 기겁했나?당신의 ‘선진국 한국’이라는 강조엔 조롱이 담겨 있다. 파리릐 한국 식당 음식 가격이 원조 한국과 어찌 차이 나는지 확인해봐라. 정 지적하고 싶었다면 단편적인 가격이 아니라 질적 거품을 따져야 옳지만 아마 당신은 사먹어 보기만 했을 뿐 깊은 소양이 없을 것이다. 갑자기 어디서 제빵사들이 나타났느냐니, 무슨 추적조사 연구라도 하고 내지를 법한 하소연에 실소가 나온다.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땀흘렸을지 감도 못 잡을 것이면서, 어디서 프랑스 빵 만드는 인간들이 쏟아져 나왔느냐 따지기라도 할 기세다. 그대, 또는 프랑스의 허락이라도 구했어야 하는 겐가?
당신이 한국늘 떠난 20년 전에도 한국 차량들은 썬팅이 한창이었으니 본인의 관찰력을 탓해야지 눈꼴시려 할 필요는 없다. 고작 햇살 쬐겠다고 파리의 길거리에 앉아 선글래스 챙겨 끼는 것도 매한가지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 전에 본 길거리 풍경을 새삼스레 놀라워 하다니, 기억력의 문제인가 확대해석을 위한 어거지인가? 어디 60년대 영화처럼 지나가는 자가용 차에 손 흔들어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건지, 발상이 발칙하다. 2003년에도 그런 문화는 아니었다. 프랑스도 깡촌이 아니고선 얻어타기 어려울 텐데, 무슨 억지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모친을 모시고 갔다는 병원도 듣자하니 시술 전문 병원 같은데, 싫으면 거절하면 될 일이다. 점잔빼느라 곤란하신가? 피부과에 미용 시술을 간 건지 관절 수술을 하려던 건지 모르지만, 의료 수술이 필요한 건을 시술로 권하진 않는다. 이미 사치성 시술을 고려하고 들른 병원인데, 감히 프랑스보다 비싼 갈 권해서 자존심이라도 상했나 묻고 싶다. 그보다 황당한 건, 프랑스에 사는 노인이 왜 한국 병원에 가서 궁시렁대느냔 점이다. 게다가 행여 건강보험 급여라도 받는 것이라면, 당신이 핏대 높이는 프랑스식 정의에 부합하긴 하는 건가? 한국엔 그대들과 같은 무임승차자를 위해 건보료 내다 등골이 휘어 목숨을 끊는 가여운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이 나라를 모욕하지 마라.

그보다 전시행정 같이 토목 예산 쏟아부어 조성한 인조미 가득한 공원에 감격하는 모양새가 더 기이하다. 사회적 부조리를 꼬집는 언론사도 기고문의 논조를 못 알아챈 갈까? 조만간 사대강 운하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찬양하게 되려나 겁이 난다.

프랑스에 빠져 그 문화적 시선을 흉내내고자 한다면, 본질적인 면도 학습하길 바란다. 그들의 다원주의는 평등을 기반으로 차별의 색안경을 멀리 해야 달성하는 것이다. 남들이 래쉬가드를 입건 누드 비치에 가건 비아냥대는 눈으로 곁눈질 하는 관음증은 전혀 프랑스식이 아닐 것이다. 그대가 속하고 싶어하는 그들조차 당신을 저급하게 바라보길 원치 않는다면 속히 생각을 고쳐먹는 편이 낫다. 그리고 프랑스인처람 사고하고 남들을 바라볼 것이라면, 마음의 고국도 아닌 한국을 이러쿵 저러쿵 지적질만 할 것이 아니라 나아지도록 응원을 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하다못해 사정을 이해하려는 정성이라도 보여라. 선민의식에 찌든다고 절로 잘난 인간이 되는 간 아니다. 그리고 당신이 아직 한국인임을 기억한다면, 제 얼굴을 욕하며 침뱉는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게다.

추가로, 맨살로 한여름 볕 쬐면 화상 입는다. 다 사정이 있는 법이다. 그대가 모르고 알려 노력하지 않는 것 뿐.

(이 글도 일부러 상대 사정 고려하지 않긴 하는데, 매한가지이므로 따질 건 없다고 본다)


글 요약: 외국 물에 절어 현실감각 말라붙은 교포가 한국에서 한달 지내며 이런저런 지적함. 그다지 모범도 아닌 프랑스가 비교 대상으로 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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