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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생

장바구니를 들고 오며

여행을 다녀올 때면 근사한 기념품을 찾아 다니겠지만,

오랜만에 집을 찾을 땐 간식꺼리만 가득하다.

서구의 새로운 먹거리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시절이 아닌데 이런 공산품을 잔뜩 짊어지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기 냄새 정말 좋다."라는 말에 해변을 걷던 발걸음이 무거워졌던 아버지의 마음과 비슷할 걸지도 모르겠다.

자식의 입에 무언가 맛난 것이 들어가고, 기분 좋아 재잘대는 그 모습 한 순간으로 보람을 느끼는 부모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먹어보고 괜찮았던 간식꺼리, 먹고 있던 것마저 챙겨넣는 그 마음은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나 하나를 위해 지구 반대편에 와서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 이 삶 속에, 견고히 남아 있는 건 가족과의 유대 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것 투성이의 나날 속에, 내가 앞으로 가고 있는지 뒤로 가고 있는지 그냥 그 자리에 맴돌고 있는지조차 가늠이 안 될 때,

아주 멀리 조그맣지만 그 어느 별보다 빛나며 그 자릴 지켜주고 있는 북극성처럼.

 

장바구니를 들여다 보니 초콜렛 투성이지만 괜찮아. 건강하고 재미없는 삶만큼 덧없는 것도 없거든.

원래 아빠는 규칙을 깨는 outlier로 살아. 누군가 지랄총량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모범생으로 살았던 보상이다. 야호!

걱정마, 안 망해. 안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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