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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개고기 욕하지 마라

잔인하게 죽여 잉여 기호식품으로 먹는 사람들을 미개하다 생각하는 건 그대들의 자유지.
하지만 손가락질 하지 마라. 술 먹고 담배 피우고 제 몸과 세상을 비린내 나게 만드는 자들에게도 똑같이 힐난할 게 아니라면.
그리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서구권에서 우리나라 개고기 보신 문화를 민족적 야만 문화로 싸잡아 '나라'를 공격하는 사람들도 제정신 차리고 제 얼굴의 티부터 다스려라.
송아지 고기를 고급이랍시고 즐겨먹고, 송아지 골 요리나 강제 간경화 거위 간 요리를 특별히 여기고, 송아지 가죽으로 이것저것 명품을 만들면서 가슴 아픈 적 없던가? 수신제가 하지 못할 것이면 해외에 눈 돌리지 말아라.
몸집이 큰 동물은 감정 지능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개들은 새끼를 많이 낳기나 하지, 소는 사람처럼 죽을 힘을 다해 한 마리씩 낳는다. 그 어린 새끼가 커보기도 전에 어미로부터 떼어내 잘도 맛있게 조리해 먹겠다. 개는 귀여운 애완용 동물이라 소중하고, 소는 애초에 잡아먹기 위한 가축이라 괜찮다는 거냐?
개들 해외입양까지 한다며 설치는 연예인들 볼 때 부아가 치민다. 아직도 낯선 땅으로 팔려가듯 입양 가는 아이들이 있다. 입양 가서 고국을 그리워 하는 어른들이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개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지, 주인 찾기 어려우니 비행기 태워 보내면 해결이 되나? 전쟁이 나서 수십만명이 죽어나가는데 몇 명 구출해놓고 보람 느끼고 싶은 건가? 애초에 큰 방향으로선 무의미한 쇼에 불과하다. 돈지랄이랄까.
이제 밭 가는 소는 거의 없는데, 그럼 소들은 송아지로 죽거나 소로 죽거나, 이래 죽나 저래 죽나 고깃덩이로 내 걸릴 운명으로 태어나고 키워지나? 닭이나 물고기 같은 것과 비교하는 게 아니다. 개가 소중하고 고양이가 소중하다면 소와 돼지 같이 영민하고 지능이 높은 동물들은 왜 대놓고 식용 상품인 건데? 결국 외모와 애완 편의성으로 갈라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대들의 선택적 박애주의는 천박하고 싸구려에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상업주의에 불과하다. 신의 아가페를 노래하는 동시에 종교전쟁으로 배타적 살인을 거리끼지 않는 것처럼. 축사를 돌보는 시골의 촌로가 그대들보다 훨씬 자애롭다. 그들은 소를 내다 팔며 눈물을 삼킨다. 자신의 가족이 누군가의 먹이가 될 것임을 알기에.
그토록 인도주의를 표방하는 그대들은 정육점 앞에서, 고기 밥상 앞에서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려본 적 있는가? 박애주의는 그래야 한다. 귀엽게 생긴 아이들의 가난만 동정심을 일으키는 게 아니고, 예쁘게 생긴 피해자만 보호받는 게 아니고, 사회적 쓸모가 있는 사람만 구조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듯이. 생명존중의 기치엔 기꺼이 동의하지만, 비뚤어진 정의구현의 목소리는 밥맛 떨어지니 그만 닥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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