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느냐는 핀잔이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알 도리가 없을 때, 먹어보는 수 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기도 하다.
똥인줄 알고 굶었다가 아사하는 순간 예전의 망설임이 떠올라 애석할 수도 있고,
된장인 줄 알고 먹었지만 똥이었음을 알아낸 유일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매 순간 각자는 최선을 다해 이성과 지혜와 직감과 경험을 동원하고
거기에 간절함과 절박함을 얹어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는 것이다.
뭔지 몰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부디 된장이길 바라는 기원을 담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 설령 똥으로 밝혀진들 그 노력과 정성을 가소로이 비웃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정작 시도도 않고 곁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핀잔은 그래서 쓸모가 없다.
똥인지 된장인지 척 보면 알게 되기까진 무수한 똥을 먹어봐야 하는 것처럼
삶의 교훈과 통찰력은 쉬이 얻을 수 없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씹고 있는 이것이 무슨 맛인지 몰라 당장 내뱉고 싶다가도
언제고 그 깊은 맛이 올라오면 그 땐 또 그럴만한 인연이었고 운명이었음을 깨닫게 되길 기대하면서
오늘도 손가락을 쿡 찍어 그 씁쓰름한 맛을 본다.
그래도, 어제보단 조금 나은 맛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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