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션을 잘 바르지 않아 버릇한 나는
가끔 발에 로션을 세세히 발라주곤 한다.
보이는 것에 열광하며 살아가는 매일의 끝엔
늘 그들 없이 단 한 걸음도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되새기며
평소 마음을 넌지시 표하듯
발가락, 뒤꿈치, 발등의 굴곡을 따라 손길을 옮긴다.
마치 선창에서 늘 궂은 일을 마땅한 임무처럼 묵묵히 수행함에도
결코 뭍의 사람들이 바라봐 주지 않는 외로운 선원들을 보러
그들이 잠든 밤 조용히 내려가 이불을 덮어주는 선장처럼.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어두운 밤길에서나
빛나는 꽃길에서나
늘 나를 지켜주고 응원해 주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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