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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내 인생의 사춘기는

내 인생의 사춘기는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


이성이 눈을 뜨고, 자아를 인식하며,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구분하여 생각하게 되던 그 어느 날 시작하여

그 모든 걸 그만 하게 되는 날 끝이 나리라.

이성이 나에게 작별을 고하는 날.


방황은 잠시 하다가 멈출 줄 알았다.

어떠한 결론이 날 줄 알았다.

그리고 그 결론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는 들소처럼 돌진하며 나머지 삶을 불태울 줄 알았다.

그러한 단순함이 최선일 줄 알았다.


욕심. 미련. 그리고 무지. 세상에 대한 무지, 그보다 나 자신에 대한 무지.

그리고 오해. 또는 착각.

바다는 잔잔하면 편안할 것을, 끝없이 파도를 치며 울렁이느라 얼마나 피곤할까 싶기도 하다.

나라는 닫힌 계는, 결국 세상이라는 열린 계와 연결되어 있고,

내가 그 연결을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맺고 있는 한 내 안의 파도는 언제까지나 잔잔히 멎을 리가 없다.

그건 파도의 숨이 끊어져야 가능한 것이고,

내가 곧 파도라면, 내 숨이 끊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즉 내 이성이 나에게 작별을 고하는 날.

즉 내 사춘기가 끝나는 날.


사춘기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래야 고통이 사라지고 빛이 보이고 소음이 잦아들고 갈 길이 명확해 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내 삶이 열린 계와 맺은 모든 연결을 끊고 작별을 고하는 날에나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마무리는 이후의 정적을 평화로 포장할 수 없다.

끝없이 일렁이는 파도를 받아들여야 바다는 존재할 수 있으며,

곧 그 파도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단초임을 깨달을 것이다.


언제나 지금이 클라이맥스처럼 느껴지고

지금이 일생일대의 결정적 순간처럼 생각된다.

그러한 투지와 열정은 좋은 것이다.

훗날 돌이켜 볼 때 사실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였고,

내가 어떻게 받아쳤는지,

내가 어떻게 마음 먹었고,

내가 어떻게 뛰어들어 살아갔는지,

사막의 모래 위 발자국이나 초원 밀밭의 헤쳐간 흔적은 바람 속에 곧 사라지겠지만

그 속을 걸어갔던 나는 내 역사의 증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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