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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대한항공, 땅콩 리턴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내년도 참석 예정인 모든 학회 비행편을 타항공사로 바꾸겠다는 한 사람의 글을 읽고...

조금 다른 시각도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대한항공의 단죄를 위해 아시아나를 타는 게 대안일까?
표면에 드러나 현상만 관리하면 된다는 교훈을 남길 뿐인다. 아시아나는 어떤 기업인지 모르잖나? 대한항공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무지했듯.
둘째로, 승무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는 매일 타고 내리는 우리 일반승객의 태도에도 책임이 있다. 내가 목격한 것만 해도, 영어는 겁나는 중년들께서 딸뻘의 한국인 승무원들에겐 고집부리고 하녀처럼 부려먹는 걸 종종 봤다. 이 얼마나 천박한 고객지상주의인가?

돈 가진 고객으로서 항공편 캔슬로 복수하겠다는 이 사람의 심리는, 고용권을 가진 조부사장이 "욱해서" 휘두른 권력의 또다른 버전이다. 목적대로라면 그렇게 해서 항공사 수입이 줄길 바랄텐데, 편 수가 줄고 승무원들도 잘리고 신규채용 안 되면 소기의 목적에 가까우신 건가? 본인이 대행하는 권력의 힘에 심취하여 근시안적으로 반발하는 행동이라면, 묵묵히 분개하는 일반 시민의 그것보다 나을 것도 없다. 그저 또하나의 다혈질에 불과하니까.

대한항공이 한국기업으로서 잘 되길 바란다는 말머리가 진심이라면, 그 '잘 되는' 것이 수익 외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존경받고 청렴한 기업이길 바란다면, 직원과 상생하는 기업이길 바란다면, 여론을 일으킬 자신의 힘을 고작 이런 분풀이에 쏟는 대신 건설적 목표와 대안을 중장기적 측면에서 제시하는 이들도 있어야 한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시사하는 것은
마녀로 엉뚱한 이들을 처형했다는 것이 아니라
편향된 시류를 개인들이 무작정 따르게 되면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린 지금 무엇을 왜 비판하는지에만 골몰하며,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무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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