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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촌철살인의 정의로움

 

촌철살인. 이는 세 치 혀로 만드는 큰 영향을 가리키지만, 실상 그 부정적 파급에 대해 경계하라는 조언이 담겨있다.

 

비평가라는 이들은 약간의 발동만 걸리면 곧잘 독설가로 변모하는데, 이 위선적 태도는 촌철살인에 대한 책임감이 없기 때문에 발효되는 것이다. 무림의 고수를 키워내는 스승은 언제나 그 무력의 무게를 인지하고 절제하도록 가르치며, 심지어 스파이더맨의 삼촌마저 그 지당한 철학을 남겨준다. 독설가란 세 치 혀를 놀리는 무술은 배웠으나 이를 휘두르는 정신이 치기어린 영웅심리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아 딱하기 그지없다.

'칼은 쓰기 나름'이라며 살인을 저지르는 자를 '살인가'라 칭하지 않는다. 독설을 내뱉어도 되는 경우는 그 대상이 스스로이거나, 타인의 부탁과 허락을 받아 그를 향했을 때에만 정당화 된다. 허락 없이 타인을 향해 쏟아내는 독설은 욕설과 진배없다. 독설자, 독설범이라 불려야 타당한 이유다. 백번 양보한다 해도, 욕설가 정도를 넘어선 호칭은 사치다. 격투기를 하고 싶으면 옥타곤으로 올라서서 다른 선수와 붙어라. 다른 독설범들과 어떻게 헐뜯고 걸레짝이 되든, 그 때 일반 시민들은 안전하게 관람할 것이다.

 

미식 비평가들의 더러운 인성이 드러나는 대목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음식을 먹고 나서 '감히 이 따위 걸 만들어 내 입맛을 더럽혔다니'라 일갈하는 순간이다. 그토록 싫었다면 먹지 말 일이고, 마음에 들 줄 알았는데 들지 않아 섭섭했다면 눈과 코로 미리 알아채지 못한 본인의 무능을 탓할 일이다. 누군가가 땀흘려 애쓴 결과를 놓고 무례하게 굴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계급사회의 귀족층이 자신의 삶과 시간의 단위 가치가 상대방보다 우월하다 믿는 교만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 귀족주의 사상을 가진 자가 여전히 살아 숨쉰다는 것이 꽤나 역겹긴 하지만, 그도 그런 인생으로 타락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니 더 후벼파지는 말자. 다만, 일거수일투족 뭇 타인들을 저열한 무리처럼 취급할 요량이라면, 오롯이 떠나 고독한 섬에서 명줄을 감아나가는 것이 본인에게도 현명한 길이다.

 

거대자본 넷플릭스를 믿었는데 속상해서 욕설 같은 독설이 발작하듯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납득할 수 있다. 사실 300억원이란 돈이 요즘 영화계에서 큰 투자금액인가 싶기는 한데, 어차피 비난할 마음가짐에게 무엇이건 못마땅하지 않겠는가. 그 점도 함께 납득할 수 있다.

다만 본인이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 중 어느 하나를 골라 시청해 놓고, 만든 놈부터 투자한 놈까지 싸잡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당최 손해 본 것이라곤 두시간 남짓의 시간. 가치 없다 여기면 조용히 다른 작품을 골라 보면 될 일인데 이토록 신경발작을 하는 건, 앞서 거론한 미식 비평가들의 전근대적 사고관념 역린을 이 영화가 건드린 것인가 싶어진다. 만약 시청 시간이 아까워 그토록 반응한 것이라면, 독설 리뷰를 쓰는 시간은 아깝지 않았던가? 여러모로 모순이고 위선적이다.

일찌기 알려진 여러 수작들을 거론하면서, 그 얼개들이 가진 유려한 요소들이 왜 이 영화에 결핍되었느냐고 묻는 듯한 대목에선, 아하 미식 비평가께서 본인이 일찌기 드셨던 그 요리들을 읊는 것이로구나 싶다. 이 영화의 감독에겐 진즉에 실망했다고 자술하는 대목에선, 어라 그럼 기회를 한 번 더 준 것인가 아니면 멋모르고 관람한 뒤 '내 이럴 줄 알았다' 식의 신파를 읊조리는 건가 싶다. 흥분한 욕설가들의 대다수가 그러하듯, 중구난방 칼을 쑤시니 비난 일색 속에 일관성과 요지가 누락되었다. 하지만 이해한다. 화풀이로 칼을 뽑는 무림의 촌철살인자들은 대개 그 수준이다.

 

내가 이런 시덥잖은 욕설범의 기고글에 시간을 들여 댓글을 적는 이유는, 바로 내 딸 때문이다. 초등생인 내 딸은 이 영화 '대홍수'를 보고 울었다. 케케묵은 신파 때문인지, 정신없이 시간과 공간을 꼬아놓은 신기한 전개 방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모성애가 주제였다면 나도 아이도 서로 다른 대목에서였을지언정 영화의 언어를 이해했다. 욕설가는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든다며 트집 잡았지만,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욕설가는 과학적 고증 오류를 지적했지만, 이게 SF영화라고 믿는 건 본인의 잘못된 직관 탓임을 깨달아야 한다. 욕설가는 단계적 도입부로 개연성을 확보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영화는 그런 수학 자습서 같은 단계적 도입부로 뻔한 연출을 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브랜드 인지도에 상당히 많은 기대를 거는 태도도 비평을 업으로 한다는 전문 욕설가답지 못한 아마추어 마인드다. 본인이 넷플릭스의 사업 전략에 대해 얼마나 연구하고 정통했는지 모르겠는데, 스스로 시청한 이력 중심으로 보여주는 미디어 이외에 얼마나 많은 영상들이 존재하는지 겸허히 반성부터 해 봤으면 좋겠다. 거기엔 유치한 신파도 많고, B급 영화도 많고, 각 나라의 국뽕 영화도 많고, 일부러든 실수로든 엉성한 연출의 영화도 많다. 애플빠가 애플 제품을 절대 지존으로 여기듯, 넷플릿스빠인 비평가가 넷플릭스 영화에 많은 기대를 거는 심경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건 본인 일기장에나 끄적일 일이다. 그 기고글의 방점은 엉뚱한 오지랖에 있었다. 그는 이 영화가 한국 영화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며 걱정인지 저주인지 모를 소릴 내뱉었지만, 그건 K-어쩌고의 구호에 홀린 어린애 목소리였다. 정말 미디어 비즈니스가 그런 철딱서니 없는 방식으로 굴러간다고 믿는 것인가? 사람들은 좋으면 보고, 안 좋으면 안 본다 (그리고 당신처럼 보고 나서 괜히 봤다며 시간들여 징징거리지도 않을 것이다). 한국 영화, 한국 가요, 한국 음식, 한국 여행지 모두가 외국인에게 최고로 꼽히는 것도 아니고, 우린 '뻐길만한 것'만 내세우는 쇼윈도 민족도 아니다. 누군가 좋아할 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한만한 메시지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계획하고, 만들어 가고, 더 좋게 만들려고 매만지는 과정이 바로 삶이다. 그런 흰소리 할 시간에 본인 앞날 걱정을 하는 게 어떨까, 나도 한번 오지랖 부려본다. 하지만 명백한 점은 있다.

댁 같은 어설픈 존재들이 AI가 가장 먼저 갈아치울 직종을 얻게 만든다.

 

덧. 나도 똑같은 오만한 확증편향을 저지르고 싶지 않아서 이 '영화 비평가'의 다른 글들을 몇몇 더 읽어 보았다. 꽤나 유명한 외화 시리즈에 대해 그간의 요소들을 그러모아 대집성 한 걸 놓고 칭송하는 대목에서, 아차 '내 이럴 줄 알았다'를 되새기고 말았다. 결국 좋아하는 건 뭘 해도 멋지고, 마음에 안 들던 건 뭘 해도 삐딱해 보이는 것이다. 다만, 직업으로 일하는 작자가 이런 식이면 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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